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8년 2월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8년 2월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구속 갈림길에 선다. 지난 2018년 2월5일 '국정농단' 관련 뇌물 제공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된 지 854일 만에 다시 구속위기를 맞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 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를 인지하고,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이뤄지면서 제일모직 지분만 23.2%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었다.

검찰은 2012년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기업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은 점을 '분식회계'라고 보고 있다. 콜옵션을 숨겨 사실상 자본 잠식에 빠질 수 있던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에서 합병 의결된 삼성물산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저지하고자 주가를 높이는 등 '시세조종'을 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의 주가를 고의로 끌어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리는 등 부당한 합병 과정에 '윗선'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와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 청구서의 분량은 1명당 150쪽, 수사기록은 400권 20만 쪽에 달한다.

반면 이 부회장 등은 검찰의 수사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앞서 이뤄진 검찰 소환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구속영장 청구 소식에 입장문을 내고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서, 이 부회장 등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 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신청을 접수했던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 "주가 방어는 모든 회사가 회사 가치를 위해 당연히 진행되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시세조종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상식 밖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아울러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도 법과 규정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과 이 부회장 측은 이날 법정에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두고 첨예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려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어야 하고 ▲범죄 혐의가 소명돼야 한다. 범죄의 중대성이나 피해자·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도 고려된다.

검찰은 이 사건 관련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지난 1년7개월 동안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증거 상당수가 확보됐고, 도주 우려가 없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두 번의 구속심사를 받고, 결국 구속돼 수감생활을 한 바 있다.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7년 1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소명 정도 등에 비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이후 특검팀은 보강 수사를 통해 같은해 2월 이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발부했다.

결국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5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 판단하며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구속 353일 만의 석방이었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재판 진행 중 특검팀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고 기각되자 재항고하며 재판이 멈춰있는 상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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