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으로서 알려주고 싶은 영화가 있다. 지난 21일에 개봉한 <나는 보리>라는 영화다.
<나는 보리>는 열한 살 인생 최대의 고민인 '소리를 잃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통해 바라본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리를 알고 싶어 하는 농인인 나는 '소리를 잃고 싶어요'라는 한 줄의 대사가 무척 와닿았다.
영화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한 살 소녀인 보리가 살아가며 모든 일에 부모님을 대신해 세상과 소통을 하고 있다. 덕분에 보리의 아빠와 엄마, 남동생은 세상과 단절되지 않는다. 하지만 보리는 말로 하는 대화가 점점 더 익숙해지고 수어로 소통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가족 중에 자신만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속상해 소원을 빈다. "소리를 잃고 싶어요."
혼자 들을 수 있는 보리가 부모가 겪는 '소리의 부재'를 닮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필자인 나는 농인으로 어렸을 때부터 소리의 부재 속에서 성장해 힘든 시간을 보냈고, 가시밭길을 경험해야 했다. 들을 수 없는 것이 곧 차별이었고 장애가 되었다.
많은 영화가 장애를 무언가 결여된 것으로 표현하거나 주류에서 배제된 것으로 바라보았다면, <나는 보리>는 기존의 시선을 뒤집어 비장애인 보리가 가족과의 유대감을 위해 장애를 갖길 원한다는 이야기를 그리며 사람들의 고착된 인식을 전환시킨다.
'코다'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가?
코다는 영어로 'CODA: Children Of Deaf Adult'라는 뜻이다. 농인 부모의 청인 자녀라고 정의되지만, 요즘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농인 부모가 아닌 소리의 세계와 보이는 세계의 경계를 모두 경험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나는 보리>를 연출한 김진유 감독이 코다여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소리의 세계와 보이는 세계의 경계를 모두 경험한 주인공 보리도 귀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한 만큼 가족에게도, 사회에서도 따뜻한 사람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농인은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이웃이 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장애에 대한 낯선 접근으로 많은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나는 보리>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자연스럽게 허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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