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제2대 총장 지낸 기독교윤리학 교수... 생전 낮은 곳에 처한 자들 각별히 챙겨
고인 뜻 이어가기 위해 한신대와 제자들 주축돼 추모예배 드려
한신대학교(총장 연규홍)은 지난 13일 오전 11시 서울캠퍼스 신학대학원 민영정원에서 구산 고재식 박사의 13주기 추모예배를 진행했다.
한신대가 주관하고 고재식 박사를 사랑하는 제자들과 수유한신교회가 함께한 이번 추모예배에는 50여명의 추모객이 참가해 그를 추도했다.
예배는 김주한 한신대 신학대학원장의 인도로 윤찬우 정락교회 목사의 기도, 정환석 수유한신교회 목사의 성경봉독, 정태기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의 말씀, 이건 前영생고등학교 교장의 추모사, 박상규 한신학원 이사장의 감사인사, 연규홍 한신대 총장의 인사, 주재용 한신대 명예교수의 축도의 순으로 진행됐다.
정태기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나사렛 예수와 임자도 예수 고재식’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하며 “고재식 박사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3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그가 많이 그립다”며 “그와 똑같이 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것부터 시작해, 목포에서 보낸 학창시절, 한신대와 미국에서 함께 공부하고 다시 한신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까지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함께했던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고재식 박사는 나에게는 예수였다”며 “선한 것이 나올 수 없다는 나사렛에서 나신 예수처럼, 고재식 박사도 땅 끝 임자도에서 태어났다. 그도 예수님의 저항정신과 낮은 곳에 처한 자들을 위한 애틋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아직도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그가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규 한신학원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서고 함께 모이기 힘든 때에도 큰 뜻에 동참해 찾아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고재식 박사님을 사모하고 따르다보니 자연스럽게 고박사를 사랑하는 제자들 중에 선두에 서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한신학원 이사장으로서 인사드리게 된 것이 감개무량하다. 오늘 추모예배를 드리니 의리 있고 항상 약자 편에 섰던 고재식 박사님이 더 많이 생각나고 그립다. 그 분의 가르침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규홍 총장은 인사말에서 “수유동산은 한국기독교장로회에게는 영혼의 동산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가슴 뭉클한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며 “오늘 고재식 박사님의 13주기 추모예배를 드리니 그분의 따뜻한 정, 인간을 향한 사랑, 정의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생각난다. 그가 그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분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지금 한국사 안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성인이 됐다. 돌아가신지 13년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그분의 뜻을 이어가기 위한 모임을 마련했는데 너무 늦은 것 같아 죄송하다. 한신대는 개교 80년을 넘어 100년을 향해 가고자 한다. 고재식 박사님의 뜻을 기려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은 인재를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이성혜 장로는 유족을 대표해 “고재식 박사가 생전에 한신의 미래 인재를 위한 장학기금을 마련하길 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의 대학이 닥치게 될 어려움을 미리 알았던 것같다”며 “오늘 모이신 분들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한신이 계속해서 훌륭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셔서 고재식 박사의 뜻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건 장로는 추모사에서 “고재식 박사는 한신대에서 해방신학을 강의하며 신학생들에게 자유와 정의에 대해 눈뜨게 했다”며 “그는 생전 틀에 매이지 않은 자유로움과 일상 속에서는 인간의 정을 나눌줄 아는 ‘동네 큰 형’, 트롯을 좋아하는 흥부자로 기억된다. 오늘 멋쟁이 고재식 박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우리가 그의 역할을 조금씩 가지고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재식 박사는 1939년 전남 신안군 임자면에서 출생해 목포문태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한신대학교 신학과 학사(Th.B.), 미국 맥코믹신학교(McCormick Theological Seminary) 신학석사(M.Div), 미국 노스웨스턴대학(Northwestern University) 박사(Ph.D.) 과정을 졸업했다.
1979년 한신대 신학과 기독교사회윤리학 교수로 임용됐으며,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한신대 제2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2006년 한신대 명예교수로 추대된 후 2007년 5월 12일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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