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16일 프레스센터에서 ‘3.1운동과 한반도 평화·통일운동에 있어 종교인의 역할’ 세미나를 개최했다. 먼저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이 ‘3.1운동의 혁명적 성격과 천도교·기독교의 역할’을 발제했다.
그는 “3.1 운동으로 명명해서는 안 된다”며 “한 단계 높은 3.1 혁명으로 불러야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민(民)의 참여로 인해, 3.1운동을 기점으로 대한 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뀌었다”며 “3.1운동을 통해 여성이 주체자로 등장한 것도 혁명적”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기생, 해녀, 백정들도 역사의 주체로 등장했다”며 ‘혁명의 명명 이유’를 전했다.
아울러 그는 3.1운동에서 천도교와 기독교의 참여에 주목했다. 그는 “천도교와 기독교의 문제의식은 같았다”면서 “일제의 무단 통치를 목도하면서,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의식 때문에, 동일한 목적으로 연합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1차 대전 이후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도 하나의 계기가 됐다”면서 “교리는 다르지만 일제 무단 통치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절감으로 두 종교가 동참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기독교는 독립 청원, 천도교는 독립 선언을 하려 했다”면서 “결국 천도교가 기독교를 설득해, 결과적으로 독립 선언으로 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민족대표 33인보다 50인으로 하고 싶다”고 주지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도교 32인, 불교계 2인, 기독교계 16인이 참여한 3.1운동은 종교인들을 주축으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추어올렸다”며 “하늘의 뜻을 깨닫고, 민족문제에 있어서는 다름과 차이를 극복해 대동단결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신한대 석좌교수 겸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최완규 박사가 ‘통일논의의 새 판짜기 운동과 종교계 역할’을 발제했다.
그는 철학자 메를로퐁티를 빌려 “한반도는 일종의 환각지 상태”라며 “잘려나가고 없는 팔과 다리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통일 문제도 분단 당시의 방법론에 매몰됐다”고 지적했다. 즉 그는 “남과 북의 기득권 세력은 모두 ‘선(先) 국가건설, 후(後) 통일론’을 견지해왔다”면서 “남한은 이승만 대통령, 북한은 김일성을 기점으로, 한 쪽은 미국이 한 쪽은 소련이 강한 입김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그는 “소련의 강한 압박 하에 북한은 남침해, 한국 전쟁이 발발했다”고 했다.
한국 전쟁의 교훈에 대해 그는 “전쟁을 했음에도 통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실제 남·북 관계는 이념을 달리하고 같은 민족끼리 경쟁하는 구도”라며 “‘한반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진정한 지지를 누가 얻을 것인지’를 놓고 정치적으로 싸우고 있는 관계”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그는 “공통적으로 꿈꾸는 정치적 이상은 현재 없다”고 못 박았다.
때문에 그는 “불신을 해소 한다 해도, 평화를 이룰 수 있을 뿐이지 통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그는 “통일 이후 남·북한 정치 세력들이 공통의 이익을 분배하고 공존할 공간이 없다”며 “결국 새 판짜기는 평화를 위한 통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그는 “평화를 통해 통일을 이루겠다는 게 아닌 평화가 곧 통일이다”이라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현재 남·북은 각자의 이념과 체제로 상대방을 흡수해, 통일하자고 주장 한다”면서 “이것을 평화 통일이라고 하지만, 소리칠수록 남북 간 긴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내외적으로도 평화 통일은 어림없다”고 밝혔다. 이유로 그는 “한반도 문제는 우리 내부의 문제가 더 이상 아니”라며 “대륙세력과 해양 세력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동경대 교수는 ‘안보라인이 쓰시마 섬 아래로 내려올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이후, 뉴욕 타임스에서 ‘한반도가 평화 통일을 이루면, 대 분단으로 이어 질 수 있다’는 칼럼도 봤다”고 전했다. 왜냐면 그는 “대한해협을 중심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간 대결이 격화돼 분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국은 통일 이후 한반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그는 “중국은 등소평 이후 한반도의 자주 통일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외세 간섭에 의한 통일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외세 개입을 원천차단하고, 남북이 자주적으로 합의하는 경우에만 중국이 지지한다는 입장”이라고 재차 밝혔다. 이를 두고 그는 “중국이 한반도에 헤게모니를 가지겠다는 얘기”라며 “미국도 중국도 좋은 한반도 통일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독일 통일 사례에 대해 그는 “우리 상황과 다르다”고 단언했다. 이유로 그는 “동·서독은 분단 이전 근대성을 갖는 정치공동체를 공유했던 역사적 경험이 있다”며 “그리고 내전을 겪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한반도는 6.25전쟁을 통해 통일을 위한 일방 주도적인 내전을 경험했다”며 “다른 한 쪽이 같은 민족을 굴복시키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통일 논리로 대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여 그는 아일랜드 평화 모델을 제안했다. 그는 “영국과 북아일랜드 그리고 아일랜드 정치 세력은 94년 성 금요일 협정을 맺었다”며 “이는 아일랜드에 국경선이 있지만, 검열 없이 주민들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기존 아일랜드공화국 헌법 2조는 ‘아일랜드 공화국의 구성원을 북 아일랜드 주민까지 포함 한다’고 명시했다”며 “협정 이후 헌법은 ‘아일랜드 섬에 태어난 개인은 '아일랜드민족(Irish nation)'의 구성원’이라고 개정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그는 “아일랜드는 북 아일랜드에 대한 배타적 영토성을 주장해 왔던 기존 입장을 포기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그는 “3조에서 ‘아일랜드 섬의 통일은 평화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고, 남북한 주민들이 다 동의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명시했다”며 “이는 흡수통일에 대한 우려를 상당수준 불식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그는 “서로의 국가를 인정하고 장기간의 평화공존 체제를 제도화해, 제제와 이념의 상용도를 높여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2000년 6월, 남과 북의 정상이 서명한 6.15 공동선언은 연방제에 기초한 통일을 추구하기로 결의했다”며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은 그 연장선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수령주의 체제인 북한은 합의한 문서를 어쨌든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최종 목표는 남북 간 평화 공존이 통일의 목표”라면서 “기존 흡수 통일 방법론에서 발상의 전환을 이뤄야한다”고 당부했다. 때문에 그는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은 아일랜드 식 평화 통일 논의에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비 종교인의 입장에서, 종교계가 오히려 이념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종교계가 남북 교류에 앞서 정말 시급하게 할 일은 평화 통일 논의를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그는 종교계의 역할에 대해 “‘1민족, 1체제, 1정부’를 만드는 것만이 통일은 아니”라며 “평화 공존도 훌륭한 통일방식이라는 것을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나아가 그는 “북한은 흡수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며 “북한을 타자화 시키면 남북 관계는 진전 없다”고 했다. 바꿔 말해 그는 “타자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며 “이를 실용적으로 표현한 게 평화”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구사회의 존속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요소”라며 “서로에 대한 공감능력 향상은 종교계가 나서 충분히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라고 그는 역설했다.
끝으로 경희대 천도교 종학대학원장 임형진 교수가 ‘북한에서의 3.1운동과 평가’를 발제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이 3.1운동을 실패한 요인에 대해 ▲김일성 같은 혁명적 지도자의 부재 ▲수령과 당의 부재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이 주도한 점을 뽑고 있다.
때문에 그는 “북한은 3.1운동 성공을 위해서, ‘노동자 계급이 주체가 돼야 하고, 반외세·우리 민족끼리의 자주 정신 부장, 무장 투쟁’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북한은 3.1운동을 김일성 수령주의의 체제선전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에는 김대선(한국종교연합 공동상임대표), 민순의(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 정종훈(연세대 교수), 홍상영(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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