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저축은행 측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민주통합당 박지원(70) 원내대표에게 19일 오전 10시 대검 조사실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의 소환 통보는 전날 채동욱 대검 차장검사가 민주당 항의방문단에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합수단은 박 원내대표 측과 출석 의사를 조율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소환 통보를 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곧바로 검찰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소환 통보 직후 브리핑에서 "이번 수사를 물타기 수사, 표적수사로 규정한 당의 방침에 따라 박 원내대표는 이번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면서 "정치 검찰의 공작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의 생명을 걸고 어떤 저축은행으로부터도 돈이나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가 소환에 불응하면 검찰은 일단 재소환 통보를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2차, 3차 소환에도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해 강제구인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솔로몬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 등으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지난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박 원내대표에게 1억원에 가까운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오문철(60·구속기소)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와 임건우(65·구속기소) 전 보해양조 대표가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검찰수사와 금융감독원 정기검사를 무마하게끔 힘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각각 수천만원씩을 박 원내대표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오 전 대표가 빼돌린 비자금이 대구의 한 카지노에 유입돼 세탁 과정을 거친 뒤 일부가 박 원내대표 측에 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해왔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박 원내대표가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단순한 풍문이나 첩보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혀 일정 부분 증거를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이후 박 원내대표는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할복하겠다', `생명을 걸고 싸우겠다'는 극단적 표현까지 써가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한편, 합수단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수사해온 오 전 대표와 임 전 대표의 횡령 사건 중 일부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박 원내대표와 관련된 의혹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