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 상대주의에선 진리가 개인이나 그룹의 목적 부합성 여부에 따라 정의되기 떄문에 목적이 진실보다 앞서는 것이고 현 사회의 정치현실에서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데 유용한 수단으로 적용되어왔다. 근데 이 상대주의엔 온전한 상대주의(Complete Relativism)와 제한적 상대주의(Limited R)가 있다.
전자는 믿음이나 가치가 모두 상대적이고 주관적(subjective)일뿐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후자는 전자의 주장에 예외를 두는 바 증거가 불충분할 때엔 논리적으로 다른 결론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우리들의 생각엔 주관적인 요소와 객관적인 요소가 섞여있고 또 보편적인 것과 상대주의적인 것이 섞여있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을 구분하는 것이 우리의 이성의 과제(Reason’s Task)이다. 주관에서 객관을 식별해내고, 상대적인 것에서 보편적인 것을 식별해내어서 전적으로 주관적이거나 상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해야한다.
조국사퇴 구호와 검찰개혁 구호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 더욱 이런 리즌즈 태스크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진리란 주관적인 요인과 객관적인 요인이 서로 결합되어야 할뿐 아니라 상식적인 세상에 사는 인간 존재로서의 자연적 본성에 뿌리를 둔 보편성에 부합될때 비로소 정당화된다.
조국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측에선 객관적-보편적 가치인 도덕성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는 것이고, 조국장관의 수호를 주장하는 측에선 주관적-상대주의적 가치인 그의 역량을 내세우는 것이다.
도덕적 이슈의 근원은 어떤 특권적 지위를 부여받은 자가 자신이 가진 지위와 신분으로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입시제도라는 공정한 경쟁질서의 룰을 위반했다는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 문제의 성격은 사문서위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더 나아가 암암리에 불평등하게 기회를 박탈당한 익명의 피해자들을 잠재적으로 안고 있는바 인권에 대한 이슈와도 관련된 것이다.
이는 마치 미투 운동이 여성이나 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오랜 세월 기득권을 누려온 남성위주의 우리나라 사회에서 만연되어온바, 남성들의 잘못된 성문화의 관행으로 인해 마이너리티인 여성의 인권이 유린되는것에 대해 분출된 개혁의 목소리인 인권의 문제인 것처럼, 조국사태의 문제도 따지고보면 인권에 대한 문제와 결부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들어서서 이런 미투이슈엔 적극적인 협력을 해온거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성격의 권력형비리인 이런 인권의 문제엔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집권여당의 검찰개혁의 구호를 앞세운 조국수호는 장관자질 기준에 있어서 역량상 실용적인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주장인바 여기엔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있지만 검찰개혁이란 구호는 곧 인권개선에 대한 이슈와도 직결되는 것이므로 나름 지향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가 혼재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선지 조국장관 당사자와 문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일차적으로 조국장관 자질 이슈에 대한 국론 분열의 핵심을 교묘히 보편적 가치인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둔갑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사람 이전에 명분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것이다. 저들은 권력의 아성에 들어앉아 전적으로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생각에서 한발자국도 나오려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리즌즈 태스크를 풀가동시켜야 한다. 저들은 어쩌면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하길 바라는지 모른다. 대의를 위해서 조국장관의 개인적인 잘못에 좀 눈을 감아주면 그가 온 국민의 인권을 위한 검찰개혁을 함으로써 국가에 더 큰 유익을 끼치지 않겠는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하는 실용적 상대주의적 방법을 무리하게 취하는 것은 흔들리는 터전 위에 집을 짓는 격이다. 왜냐하면 이는 본질상 자기모순적이고 자기파괴적인 상대주의적 이념의 속성이 가져오는 필연적인 결과인 것이다. 무엇보다 대표성을 가진 리더의 자격 요건에서 부정직성을 간과하는건 국민전체의 근간이 되는 도덕체계를 흔드는 파급효과(Far-reaching effect)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저들은 간과해선 안될것이다. 이는 상식적인 세상에 반하는 것이고 우리의 자연적 본성을 거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시위는 바로 이것 때문이라 할수있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가치체계는 겉으론 힘이 없고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아도 우리가 마시는 공기나 물처럼 우리 삶의 근간을- 생명력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인 것이다. 그러나 유감 천만이게도 직전 여 대통령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감옥에 넣을 만큼 법의 엄중성을 가차없이 실행했던 현 권력을 쥐고 있는 정당과 그의 지지자들은 이제 자기 정당소속인 한 장관의 가족들에게는 여러 정황들을 퍼나르며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리즌즈 태스크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가혹한 사람들인 것처럼 저들 진영으로부터 조롱과 모함을 받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압수수색을 한 여 검사에 대한 인권침해적 사례가 그것이고 과거 정권 때부터 여일한 자세로 헌법을 준수하고 살아있는 권력도 공평히 수사하고자 소임을 다 하고 있는 검찰총장의 외모를 말끝마다 비하 하거나 참으로 적절치 않은 비유인 바리새파적인 위선자라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공공연히 서슴지 않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는 국가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준 사법기관의 독립적 수사권을 멸시하고 있는 언행일 뿐만 아니라 맹목적인 진영감정에 휩싸인 나머지 발언자가 리즌즈 태스크를 저버린 소치로 그야말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다. 이는 자신과 자신의 진영, 더 나아가 촛불정신의 질을 격하시키는 행위이다.
물론 검찰 내부의 개혁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검찰내부의 개혁이슈는 조국장관의 수사와는 별개의 이슈인 것이다. 거리에 안 나와도 또 집권당과 조국 장관을 지지하지 않아도 리즌즈 태스크를 실천하며 조국장관의 가족들과 나라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는 많은 신실한 국민들이 있을 것이다. 비록 타협 없이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들이 이 세상에서 결코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믿음과 가치와 세계관을 평가해줄 수 있게하는 충분히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반드시 있다는 믿음을 굳세게 가져야 할 것이다.
■ 박현숙 목사는 서울대 수료후 뉴욕 나약신학교와 미주 장신대원을 졸업했다. 미주에서 크리스천 한인칼럼리스트로 활동해 왔으며, 시집으로 "너의 밤은 나에게 낯설지않다"가 있다. 수년 전부터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문서 선교일에 종사하고 있다. samewri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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