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자 납세 관련 공청회’가 5일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크리스천투데이

종교계 세금납부가 사회이슈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목회자 납세 문제를 둘러싼 공청회가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목회자납세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목회자 납세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목회자 납세에 대한 목회자들의 찬, 반 양측의 입장 뿐 아니라, 정부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먼저 반대자로 나선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는 “조세정의 차원에서의 목회자 납세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목회자들만 나라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처럼 비쳐지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싶다는 게 이 목사의 주장이었다. 즉, 세금을 내지 말자는 게 아니라 그 전에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게 요지였다.

이 목사는 “성직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그 의무 가운데 ‘납세’가 있는 만큼 이를 피해가기 어렵다”며 “다만 목회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조세정의를 실현하자고 한다면, 이와 함께 가난한 국민을 돌보는 사회정의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특히 "우리나라 목회자 약 12만 명 중 절반 정도는 빈민에 속하고 4만여명은 남들의 도움을 겨우 면할 정도며, 약 2만명 정도만 세금을 낼 여력이 있다"며 "여력이 있는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으며, 세금을 낼 경우에도 목회자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위해 소득세 개념이 아니라 별도의 과세 항목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목회자 납세 찬성 발표자로 나선 박원호 목사(주님의교회)는 스스로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밝히며 지금까지 목회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게 된 이유로 교회와 세상을 구분하는 교회의 “이분법적 신앙”을 지적했다.

박 목사는 “이분법적 신앙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제한된 하나님 내지는 우상과 동등한 하나님으로 이해하게 한다. 교회의 사명 역시도 역사와 현실을 떠나 수도원처럼 이해하게 한다”며 “목회자 세금 문제는 단지 재정 문제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핵심 문제다. 교회는 당연히 재정적인 면에서 의로워야 한다. 어떤 특권도 인정돼선 안 되며 어떤 특혜도 주어져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원호 목사는 "목사로서는 무엇보다 특권층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목회자 납세 논의가 목회자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거나 세상의 영적 세력의 위협이라는 차원에서 보지 말았으면 한다. 목회자의 과세는 도리어 사명을 감당하는 충실한 통로다"고 강조했다.

정부, 올해 8월 큰 틀에서 목회자 납세 명확히 하기로

▲ 기획재정부 세제실 정정훈 실장이 목회자 납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이날 정부측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참석한 정정훈 실장(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성직자들도 세금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올해 8월에 세법 개정을 발표한다. 이 때 구체적 시기나 방법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목회자 납세가 바람직하다는 큰 틀에서 납세 문제를 명확히 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희망사항"이라고 밝햤다.

정 실장은 또 종교인에게 납세 '의무'만 있지 '혜택'이 없다면 조세 정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성실히 의무를 이행하면 그만큼 혜택은 따라오는 것"이라며 "향후 기독교, 불교 등 각 종단의 제안 사항을 귀담아 듣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특히 종교인의 납세에 따라 각종 지원도 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직자가 근로자로 분류되어 근로소득세를 내는 등 종교인의 특수성이 납세 문제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는 "현재 목회자 납세는 종교인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근로소득세로 분류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목회자 납세를 기본으로 하되 비과세 신설 등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정부가 빠른 시일 내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밝혔다. 그는 “오는 8월 세법 개정을 통해 성직자 납세가 바람직하고 필요하다는 큰 원칙 정도를 명확히 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며 “구체적 시기와 방법을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목회자 납세가 필요하다는 대원칙을 천명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질의 응답순서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전 총무 윤길수 목사가 "정부가 무기를 구매하는데 수조원을 쓴다는데 그런 곳에 목회자들의, 종교인들의 세금이 쓰여져서 되겠느냐"며 "목회자들이 낸 세금만이라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비용에 쓰이게 할 수는 없냐"고 자리를 함께 한 정 과장에게 물었다.

이에 정 실장은 "이론적으로는(법 제도 개혁 등) 가능하나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며 "교육세나 농어촌특별세 등은 해당 과목에 수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것이지만 종교인으로부터 걷어 들일 세금은 그 정도의 규모가 아니기에 종교인들의 소득세를 구분해서 특정 목적에 부합하게 쓰자는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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