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제 72회 한국실천신학회는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18일 오전 10시부터 학회를 진행했다. 3번째 발표자로 성결대 이민형 박사가 “문화선교의 위기: 문화 혼종을 통한 전도에 관하여”를 발제했다. 그는 21세기 한국 교회 목회 현장에서 주요한 화두로 ‘문화 선교’를 뽑으며, “문화와 복음의 접점 속에서 효과적으로 예수를 드러내는 목회”를 고찰했다.
먼저 그는 문화 평론가 Andy Crouch를 빌려 “문화란 막연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며 “일상 속에서 인간이 의미를 부여해, 창조물들의 집약체가 인간 사회 구조로 체현된 것”이라 정의했다. 이어 그는 “문화는 다양한 재료들을 통해 인간 창조성을 극대 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긍정했다. 더욱이 그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인간 사회에 몸담고 살아낸다”며 “우리 기독교 전도는 이런 문화적 교차점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그는 “일상 문화를 배척하기 보단, 문화와 복음의 접점을 모색해 효과적 전도 방법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문화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1970년대 한국 기독교는 대중문화를 도리어 선도했다”며 “1980년대부터 칼라 TV, 프로야구 개막 등 현란한 문화 공간이 창출되자,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 세속 문화 공간으로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기독교 인구의 감소”를 막기 위해, 그는 “한국 교회 내 ‘경배와 찬양’ 형식의 콘서트가 대안으로 제시됐다”면서 “그 영향력은 잠깐 이었다”고 꼬집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문화 선교에 대한 학문적 고찰이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 선교에 대해 “문화를 기독교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문화를 기독교 선교의 내용으로 삼는 것”을 정의했다. 특히 그는 장신대 임성빈 총장의 말을 빌려 “문화선교란 인류 문화의 모든 영역을 기독교적으로 변화시키는 전도행위”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신학자 폴 틸리히를 빌려 “인류의 죄로 인해, 문화는 세속적 영역으로 추락했다”며 “문화와 종교의 영원한 분리를 맛보았으며, 회복이란 결국 문화와 종교가 구분 없이 하나 됨”이라고 설명했다. 이민형 박사에 의하면, 이른바 “궁극적 관심”이라는 폴 틸리히가 제시한 개념인 것이다. 따라서 이 박사는 “문화 선교의 궁극적 관심은 바로 삐뚤어진 문화를 바로잡는 것”과 동시에 “인류 문화가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강조했다.
결국 문화 선교는 “기독교와 문화는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닌, “인간의 모든 문화 영역이 하나님의 통치권 안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인 셈이다. 특히 그는 “기독교 예배 또한 문화적 형식을 통해서 표현될 수밖에 없다”면서 “인간이 신앙을 하기 위해 문화적 형식을 차용 하는 이상, 문화 선교에 대한 논의는 교계 내에서 활발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그는 “문화 선교는 ‘궁극적 목적’으로서 세상 문화를 기독교 문화로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즉 세상 문화를 하나님 나라 통치로 온전히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둔다”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한국 교회의 문화선교는 기껏해야, 대중 문화적 요소를 차용하는 수준 이었다”고 분석했다. 즉 그는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는 데 문화를 사용했을 뿐”이라며 “그간 문화 선교의 실천은 사람들을 교회로 모으는 행위로 축소·이해돼 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기독교의 문화가 세상 문화를 변혁시키는 데는 한계였다”고 했다. 이유로 그는 “대중문화 형식을 목회 현장에 적용시켜, 좀 더 세련된 기독교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하여 그는 ‘문화선교가 단순히 실용주의적 차원에서만 논의 된 점‘을 비판하며, “문화선교를 세상 문화를 하나님 통치로 회복하는 ’궁극적 목적‘으로 회복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그는 여성 신학자 Kathryn Tanner를 빌려 “문화는 본질적으로 관계성이며,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된다”며 “기독교 문화도 그런 점에서 세상 문화와 혼종 적으로 관계 맺는다면,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그는 하버드대 영문학과 교수 Homi Bhabha를 빌려 “기독교와 세상 문화 간 극단적 분리”를 지양함으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부딪히고 혼합해, 기존의 세속적 문화를 폐기시킬 수 있는 창조력이 발휘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개념은 바로 상이성이라고 이 박사는 진술했다. 그는 재차 Homi Bhabha를 빌려 “이 상이성은 한 문화가 다른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았다는 중요한 지표”라고 전했다. 또 그는 “이러한 상이성을 바탕으로 기독교 문화와 세상 문화의 부딪힘”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 박사는 “기독교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기독교적 복음을 세상 문화에 침투시켜, 하나님의 창조력이 드러나는 새로운 문화의 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지점에서 그는 그간 한국 문화 선교의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했다. 그는 “문화적 보편성을 추구하기 위해, 대중의 취향에 맞게끔 복음을 끼워 맞춘 경향”을 지적하며, “문화적 관계를 통해 선교적 문화를 창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그는 “일방적인 대중문화 형식을 복제하는 데 그쳤다”며 “기독교적 특수성과 정체성은 사라지고, 세속 대중문화에 침식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그는 “기독교 문화와 세상 문화 간 이분법적 분리”와 더불어 “세상 문화의 복제, 일방적 차용으로 인한 기독교 문화만의 정체성 상실”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 박사는 대중문화와 기독교 문화 간 공통점을 주목해, 이를 더욱 부각시키는 방향으로의 문화 선교를 제시했다. 이른바 “통속성 곧 인간의 매일 삶을 경험하면서, 마주하는 기쁨, 분노, 슬픔, 행복과 같은 기본적 감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대중문화만큼이나 이런 통속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표현하는 것도 없다”고 했다. 하여 그는 “대중문화와 신학의 접점을 이런 통속성에 근거해, 찾아야 한다”면서 “두 문화의 혼종은 여기서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런 교차점에서 발생된 문화가 소비욕구를 자극 하는 상업주의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대신 그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감정에 대한 질문을 던져줄 수 있어야 한다”며 “기독교는 이에 접근해, 공공성을 지닌 문화형식을 재생산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부분에서 그는 Andy Crouch를 빌려 “예수의 섬김과 희생”을 제언했다. 즉 그는 “예수 그리스도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감정과 부족함을 섬세하게 챙겨주셨다”며 “이런 정신을 견지하며, 일상에서 사람들이 마주하는 감정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기독교 문화의 재생산을 역설했다. 이는 “다른 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화선교의 본질에 충실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기존의 문화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문화변혁적인 전도의 양식이 될 수 있다”고 긍정했다.
한편 이민형 박사의 발표에 좌장 김한성 박사(ACTS), 논찬자로 최재성 박사(숭실대), 주상락 박사(웨신대)가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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