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고난과 부활절의 의미 되새기기’란 주제로 4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진행했다. 광진구 소재 한국중앙교회에서 12일 오전 7시에 열린 이번 조찬기도회는 특별히 한국정교회, 성공회, 가톨릭 신부와 사제를 초청강연해 사순절 기간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후 12:10)
먼저 김명혁 강변교회 원로 목사가 고후 12:10을 놓고 설교를 전했다. 그는 “사도바울에게 가난과 고난과 슬픔과 아픔이 있었다”며 “이는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익하고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가난과 고난과 슬픔과 아픔을 통해 조금은 겸손해지고, 따뜻해지고 조금은 주님께로 다가설 수 있다”며 “이웃을 향해 열린 마음과 더불어 천국을 바라보며 준비하는 마음을 지닐 수 있다” 강조했다.
한국 정교회 성 니콜라스 임종훈 안토니오스 신부는 ‘정교회의 고난절과 부활절 의미 되새기기’란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부활은 죽음에 대한 생명의 승리”라며 “이 부활의 경험은 단 하루의 이벤트가 아닌, 매일 매일 체험되어 지는 삶”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부활은 사랑의 완성”이라며 “부활 속에 충만한 기쁨, 생명의 충만, 사랑과 지식이 흘러넘칠 것”을 “미리 부활 성찬 때 맛보는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그는 “예수께서는 이미 부활하셨지만, 우리는 죄 된 몸을 입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그는 “우리 삶은 기쁨어린 슬픔”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예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은 우리도 예수처럼, 부활의 몸을 입고 완전한 기쁨을 누릴 것을 보증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대한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주임사제 주낙현 신부가 부활-성삼일 전례에 드러난 구원과 부활의 삶과 영성을 전했다. 그는 “사순절 기간은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부터 시작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은 예수를 구원자로 기대했지만, 오로지 정치적 메시아로만 봤다”며 “그들의 목적과 다른 메시아임을 알고, 군중은 예수를 못 박았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환대의 목소리가 저주의 목소리로 변하는 데 1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여 그는 “사순절은 인간의 환호와 배신의 교차성에서 드러난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는 시기”라고 강조하며, “자기 유익을 위해, 생명 앗아가는 데 발 빠른 인간의 연약함이 곧 예수가 짊어졌던 십자가”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성 고난 주간은 모든 성도들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는 길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40일간 사순절 시기 이후, 성 삼일이 시작된다. 주낙현 신부는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성 목요일은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겨주신 날”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성공회에서는 모든 신부들이 성도들의 발을 씻겨 주며, 예수의 겸손과 섬김을 되새긴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성 만찬은 누군가를 섬기는 시간이지만, 같은 음식을 먹는 순간마저 배신의 역사가 펼쳐지는 시간”이라고 했다. 따라서 성 만찬 시간은 “가룟 유다의 모습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꾸벅 조는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신다. 성 금요일이 당도했고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신다. 주 신부는 “예수는 십자가를 통해 ‘다 이루셨다’고 부르짖으셨다”며 “구원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시고, 타인을 살리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여 그는 “예수의 죽음은 곧 시간의 멈춤”이라며 “생명의 앗아감이 그러하듯 말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성공회는 예수의 십자가 푯말에 적혀진 ‘유대인의 왕 예수’에 집중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예수의 죽음은 종교적 의미를 지니지만, 동시에 구체적 역사 안에서 벌어진 정치적·역사적 죽임”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그는 “우리 삶의 고통·고난·죽음도 결국 정치·역사적 맥락 안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예수의 죽음은 동떨어진 종교가 아닌 우리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한스 홀바인의 그림을 인용해, 예수의 죽음에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서 그는 “예수는 실눈을 뜨며 죽었으나, 여전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며 “이처럼 예수께서는 죽음의 순간에도, 여전히 역사의 증인이 되어 달라고 우리에게 말씀 하신다”고 했다. 아마도 그는 “상처 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지켜봐달라는 뜻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신학자 칼 바르트의 말을 빌려, 그는 “타인의 아픔에 외면하는 기독교는 단순한 종교에 지나지 않는다”며 '돌봄'과 '섬김'을 강조했다.
이윽고 성 토요일, 바로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께서 부활하신다. 주 신부는 “예수 부활은 하나님이 에덴에서 창조하신 원래 모습의 회복”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그는 정교회 전통의 이콘을 제시하며, “무덤의 침묵을 깨고 예수는 아담과 하와를 일으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예수의 발 등상 아래 사탄을 결박시키신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성공회에서는 성 토요일, 부활 밤에 불 피우는 예식을 집례”하며 “이는 어둠의 역사에 빛을 선사하시고, 우리 죄를 불태우신 예수를 바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성도들이 부활초를 키면서, ‘거룩하여라 이 밤이여, 악은 사라지고...’를 노래하며 성당으로 출입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예수 부활의 의미를 두고 “하늘에서는 항상 심판이 들려왔는데, ‘너는 내 딸이요, 아들’이라는 예수의 속삭임이 울려 퍼지는 시간”이라고 부각시켰다. 이어 그는 “오직 죄와 죽음을 이기신 예수 부활을 통해서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가 되실 수 있는 것”이라며 “예수의 고난과 부활은 우리 연약함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죄와 배신으로 타락됐지만, 예수 부활은 하늘나라에 까지 이르는 첩경(捷徑)"이라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뒤이어 가톨릭대 성심교정 최호영 교수는 고난주간 가톨릭에서 행하는 의식 중 형식적 부분을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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