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르면 금주중 대선출마를 선언한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한길리서치연구소의 22∼23일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45.7%)과 차기 대권 적임자(38.7%) 항목에서 각각 1등을 차지한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이다.
그가 여의도에 홍사덕 전 의원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투톱으로 하는 경선캠프를 꾸리고, 경제민주화 등을 기치로 대권재수에 나섬으로써 12월19일 대권고지를 향한 여야 주자들의 각축은 불 붙을 전망이다.
6개월도 남지않은 대권레이스의 대장정이 사실상 막을 올리는 것이다.
대선가도는 '대망'을 꿈꾸는 정치 지도자들로 이미 넘쳐나고 있다. 여야를 통틀어 적어도 15명 가량의 후보군이 출마를 채비하며 신발끈을 조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새누리당의 경우 박 전 위원장의 독주가 두드러진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로 퍼스트레이디의 경험을 가졌고 대권에 도전한 경험이 있으며 집권여당을 이끌고 지난 4ㆍ11 총선에서 승리해 수렁에 빠져있던 당을 구해내 이미 검증받은 리더십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견고히 쌓아왔다.
그의 뒤를 이어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ㆍ이재오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거나 마음의 준비를 마친 채 결단의 택일을 저울질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3인방인 김 지사와 정몽준, 이재오 의원 등이 완전국민경선 방식의 경선도입을 요구하며 경선불참의 배수진을 쳤지만 김 지사가 조만간 이 대열에서 이탈해 경선전 완주를 선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비박 주자들의 불참으로 흥행 실패가 예상됐던 여권 대선경선전에서 의미있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경선전 완주를 통해 박근혜 이후를 노린다는 구상을 굳혔다"는 풍문이 정설처럼 나돌고 있다.
결국 여권내 경쟁은 박 전 위원장의 독주 속에 김문수-임태희-김태호의 2위 경쟁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게 대체적 전망이다. 정몽준, 이재오 의원은 경선 불참의 길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온다.
현 상황에서 여권이 가장 우려하는 바는 자칫 경선이 '박근혜 추대식'으로 전락하는 시나리오다.
치열한 경선으로 국민들의 이목을 끌지 못할 경우 본선 경쟁력을 잃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선전에서 걸러내지 못한 '박근혜 네거티브'가 본선인 대선전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며 박 전 비대위원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오 의원이 '유신통치의 장본인'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과거사 인식 등의 각종 논란에서부터 본인의 '불통' 이미지 등이 본선에서 그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는 "아마도 대선전의 최대 쟁점은 경제도 복지도 아닌 박근혜 네거티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여권 인사도 "대선은 박근혜와 박근혜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반해 야권은 '단일화'라는 '마법'의 깃발 아래로 강호의 실력자들이 하나둘 씩 링에 오르는 양상이다.
문재인ㆍ손학규 상임고문과 정세균 고문이 대선후보 경선 승리를 위한 걸음을 내디뎠고 김두관 경남지사가 경선전에 뛰어들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영남지역내 야권의 유일한 3선 의원인 조경태 의원도 민생을 기치로 대권도전을 이미 선언했다.
그 중에서도 링밖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야권을 통틀어 가장 우뚝선 존재로 주목받고 있다.
한길리서치연구소의 조사에서 그는 박 전 비대위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 43.8%를 얻어 불과 2.0%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차범위내의 팽팽한 접전을 펼치는 셈이다.
아직도 대선준비에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걸 왜 해야되죠"라고 답하는 인사가 대권재수에 나선 가장 유력한 여권내 주자와 각축하는 현실은 그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꼽힌다.
야권은 안 원장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후보 선출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3단계 단일화다. 민주당 내부경선과 진보당 후보와의 단일화,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등 3단계를 거치며 주자의 몸집을 키워 박 전 위원장과 양자구도를 형성, '대세론'을 꺾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지도가 5%에도 미치지 못했던 박원순 당시 후보가 안 원장의 지지를 받으면서 대역전극을 펼친 상황을 고스란히 재연하겠다는 복안이다.
야권에서 주목을 끄는 또다른 복병은 김두관 지사다. 이장에서 출발해 군수와 도지사를 거쳐 야권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른 그의 정치 역정은 작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며 그를 간단치않은 후보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야권 단일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4ㆍ11 총선이 단적인 예이다.
후보 단일화가 착착 진행됐지만 총선 승리는 당명과 정강을 바꾸는 쇄신을 통해 민심을 파고든 새누리당에 돌아갔다.
야권으로서는 정권심판론에 기대어 이렇다할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나머지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들이는데 실패했던 대목을 반드시 곱씹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