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국복음주의 실천신학회는 10일 오전 10시 강북구에 위치한 개신대에서 36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남북통일과 목회’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발표에는 하광민 박사(숭실대 초빙교수, 생명나래교회 담임목사)와 김선일 웨스티민스터신학대 교수가 참여했다. 그 중 하광민 박사는 ‘통일을 준비하는 목회’라는 제목으로 발제 했다.
강의 서두에서, 그는 “교회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예배, 말씀선포’를 포함한 경건의 삶이며 다른 하나는 봉사(diakonia)의 삶”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그는 “200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국교회의 위기를 진단했다. 이를 놓고, 그는 2017년 기윤실의 조사를 인용해,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5점 만점에 2.56으로, 천주교, 불교 다음 순위의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018년부터 한반도는 9.19 평양공동선언을 하며,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하는 등 평화적 전환기에 이르렀다”며 “평화교류와 평화구축 시기에 한국교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것에 대해 그는 ‘통일선교’라 명명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총을 받은 크리스천들이 복음 안에서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시는 능력을 힘입어, 분열을 넘어 용서와 화해를 만들어가는 복음공동체를 세워가는 것”임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머지않아 통일을 맞이할 한반도에 통일목회를 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문화가 이질적임을 인식하고, 이질성을 복음으로 극복해 하나 되기 위한 목회”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교회 안에 들어와 있는 탈북민들을 끌어안는 목회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하광민 박사는 남과 북의 문화가 어우러지는 교회 공동체를 제시했다. 복음으로 남북의 이질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통일 목회를 추구하는 교회인 것이다. 가령, 탈북민 출신 목회자가 세운 교회는 열방샘교회(합동), 새터교회(감리교), 서평교회(나사렛, 천안), 하나로교회(개혁선교, 부천), 하나비전교회(평택), 평양산정현교회(강서구), 새생명교회(창원시, 통합), 인천 한나라은혜교회(인천시, 합동) 등이 있다. 남한 출신 목회자가 개척한 교회는 주찬양교회(합동개혁, 포항), 여의도순복음새평양교회(기하성, 양천구), 상인제일교회(대구, 통합), 한꿈교회(합동, 의정부), 첨단 포도원교회(백석, 광주시), 두리하나교회(서초구), 새사람교회(수원), 생명나래교회(합동, 관악구) 등이 있다.
다만 그는 “통일 이후 한반도 전역에 세워질 교회는 '통일한반도문화'를 담아내, 사도행전 13장의 안디옥 교회처럼 선교적 교회를 추구하며 나아가 타문화를 적극 수용하는 통합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탈북민 출신 조요셉 목사의 말을 빌려, “탈북민을 남한과 북한을 잇는 통일 선교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탈북민은 통일의 마중물 역할이자, 동시에 ‘하나님이 미리 보내주신 통일의 선물’”이라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탈북민이 통일 목회에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다. 첫째, 그는 “탈북민들은 통일 후 북한교회를 재건할 미래의 선교사로 미리 준비시킬 수 있다”며 “그간의 남북한의 달라진 문화 격차를 줄이고, 나아가 북한 주민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고향 땅에 돌아가 교회를 세울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둘째, 그는 “분단 후 북한 주민들을 탈북민을 통해 직접 대면하면서, 이론적으로 접하던 북한주민의 사상과 의식체계, 생활문화 등을 간접 체험하고 2,400만 북한 주민들에 대한 선교 전략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그는 “현재 탈북민 사회에서는 ‘또 다시 한국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오가고 있다”며 현재 탈북민이 처한 사회적 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남한사회에 탈북민들을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들과 함께 하려는 노력을 쉽게 거두거나 지지를 철회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끝까지 우는자와 함께 우는 기독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그는 “한국 교회는 탈북민을 차별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북한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하거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볼 게 아닌, 복음 안에서 같은 성도로 함께 가는 공동체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대한민국 정부도 탈북민을 도외시하는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정부에게 탈북민의 존재를 인정해 주기를 외교적으로 촉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탈북민들의 존재는 북한정부가 자국 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난민으로, 북한정부에 일정 책임이 있음을 협상 테이블에서 끊임없이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평화교류시기의 종착점은 통일로, 시기는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며 “역사는 준비하는 자의 손에 있다는 말처럼, 한국교회는 통일 이후의 북한교회를 세울 사역자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령 그는 “현재 탈북민 목회자들은 ‘북한기독교총연합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있는데, 이곳에 소속된 신학생, 목회자들은 100여명 정도가 된다”며 “탈북민 전문 사역을 더욱 활성화 하도록 교단과 신학교 차원에서 적극 지원 및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가령, 그는 “탈북민 청소년들을 복음 안에서 양육하고 돕는 대안학교, 탈북여성 지원 센터 등이 있다”며 “앞서 말한 것처럼 남북한 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교회공동체 개척을 돕는 것”을 제시했다.
다만 그는 “현재 탈북민 3만 명중 탈북민 사역자는 100여명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북한교회 세우기에는 남한사역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교회와 신학교는 북한선교나 통일목회 관련한 과목 및 전문 과정을 개설해, 향후 북한교회 세우기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정이라는 뼈대를 세우면, 그 안의 내용은 철저히 그리스도 복음의 정신이 깃들어야 한다”며 그는 재차 당부했다. 즉 그는 “남북의 이질적 문화가 부딪히면, 다시 복음의 본질 앞에 설 수 밖에 없게 된다”며 “원수 된 것을 하나 되게 하신 그리스도의 희생을 다시 묵상하며, 이를 담아낼 교회 공동체의 본질을 붙잡고 한반도 교회론을 적극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사회는 점점 개인주의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가정의 해체가 급속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사회주의 대가정’이라는 집단주의에 기반한 사회”라며 “온전한 가정을 경험하지 못한 남한사회와 교회는 적극 공동체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북한 주민을 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여, 그는 남한교회가 적극 공동체적 신앙의 회복을 이뤄내야 함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탈북민들은 탈북과정에서 얻은 대부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가지고 있다”며 “통일한반도 교회는 이러한 탈북민의 상처를 적극 치유하고 회복하는 능력”도 당부했다.
이를 놓고, 그는 “평화교류 시기에 개교회 차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닌, 한국교회 전반에 걸친 큰 그림이 필요하다”며 “한국교회의 통일선교를 위한 연합체 구성”을 적극 주문했다. 반면 그는 “현재 한국교회는 한기총, 한기연, 한교총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 일치된 연합기구가 없다”며 “그럼에도 통일선교를 위한 연합체는 절실히 요구되어 진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그는 “한국교회가 대북선교연합체를 꾸려, 일정 정도의 인원을 쿼터제로 합의하여 각 교파별, 교단별로 통일목회자를 미리 준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그는 “연합체가 제대로 세워진다면, 통일한반도교회에 대한 정책을 다시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가령, 그는 “90년대 한국교회는 한기총 북한교회재건위원회를 중심으로 ‘북한교회재건’의 세 가지 원칙을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북한교회재건의 세 가지 원칙은 “첫째, 창구단일과, 둘째, 단일교단, 셋째, 북한교회는 독립적, 자립적 교회로 세운다”로 명시했다. 나아가 그는 “한국교회 통일선교 연합체에서는 한국교회가 공신하는 단체나 학교에서 통일선교사역자들을 준비하는 과정을 만들 수 있다”며 “각 교단이 합의해 한국교회연합체에서 인정하는 공식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렇게 된다면, 그는 “평화교류 시대, 남북한의 평화통일이 가까워 질 때 즈음에 대한민국 정부 허락 하에 북한으로 올라가 공식적 단일 창구를 지닌 한국교회의 인준 하에 교회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교회는 사도행전 13장에 나오는 안디옥 교회 같은 선교적 교회로, 타문화에 수용적인 통일목회자가 통일한반도 전역에 활동하는 형태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교회는 지난 70여 년 간 남북분단시기 동안 같은 형제간에 서로 반복하며 다투어왔던 대결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현재 한국교회의 분열을 지적했다. 이를 놓고, 그는 “현재 한반도 평화교류시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전, 40년간의 광야생활과 같다”며 “우리에게 약속의 땅은 남북이 다시 하나 되는 통일이 날”임을 역설했다. 하여 그는 “남북 평화 교류시기가 광야의 기간이라면, 한국교회는 통일한반도교회를 세울 영적, 제도적 준비를 감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실천신학계는 구체적으로 남북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설교 연구, 통합 성경 및 찬송가의 제정, 남북이 함께 드리는 예배 연구, 북한 주민 전도에 관한 연구, 상처받은 북한 주민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상담 목회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준비해야 함”을 주문했다. 그래서 그는 “이 시기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통일이 가나안의 축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다른 결과를 낳을지 판가름 된다”며 “중요한 갈림길에 올라선 이 시기를 한국교회가 연합해 잘 준비하자”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