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의 시 구절처럼 연탄재 같은 푸근함은 그래도 남아있었다. 화려한 네온사인 빛에 가려진 서울에 그나마 한줌의 연탄재가 한강대교 난간에 새겨져 있다. 난간에 새겨진 유명인사들의 응원은 네온 사인빛과 함께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이 담겨있지만, ‘OECD 자살률 1위 대한민국’의 오명을 지우기는 역부족이다. 아침이 되면 불빛이 꺼지는 네온사인 처럼 말이다.
하여, 4대 종단은 서울시와 함께 따뜻한 제안을 건냈다. 2018 4대 종단(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과 함께 하는 열린 포럼 ‘살(자) 사(랑하자)’ 프로젝트가 22일 오후 2시부터 서울특별시청 8층 다목적 홀에서 개최됐다.
먼저 기독교 대표로 NCCK 사무총장 이홍정 목사가 축사를 전했다. 그는 “정신병을 낳게 하는 사회적 요인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시적 소비주의, 미모중심주의, 물질만능주의, 과열된 경쟁 등이 자리 잡은 사회일수록 자살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국 사회는 신뢰가 깨어지고 사회적 자본이 한 없이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그는 “사회적 신뢰 회복을 통해 위험사회에서 생명사회로 나아가는 데 중요하다”며 “기독교 자살예방 센터는 라이프 호프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심폐소생술을 써야하는 마지막 단계, 마지막 동행에서 이번 포럼이 생명 살림이라는 종교적 기본 정신을 고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조강연으로 이영문 정신과 의사 겸 서울특별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가 나섰다. 우선 그는 사회학의 창시자 뒤르켐의 얘기를 꺼냈다. 그는 “뒤르켐은 처음으로 자살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사람”이라며 “그는 ‘종교는 자살예방을 넘어 모든 사회담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또 그는 “뒤르켐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상태’를 아노미라고 칭했는데, 종교의 치유능력은 바로 존재불안을 지닌 인간에게 평안 주는 지점에서 지대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뒤르켐은 종교는 믿음, 행위, 소속감이 세 가지 중요한 축이라고 보았다”고 덧붙였다.
예로, 그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이 모두 적으로 둘러싸여 있고, 모두가 자신을 미워한다는 그릇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은 세상 어디에도 소속 될 수 없다는 외로움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반면 그는 “뒤르켐은 종교의 치유과정이 우울증 환자에게 올바른 믿음, 기도를 통한 위로, 그리고 강력한 소속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인간의 역사는 이성이라는 미명하에 ‘정상’을 강요한 역사였다”고 진단했다. 즉 그는 “‘정상’이라는 잣대가 권력이 돼 인간의 ‘비정상’을 구분 짓고 구별했다”며 “인간이 인간을 징벌하고 이성의 이름으로 비이성의 범주를 구축하며, 나아가 가난을 악으로 규정한 시대도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그는 “최근 학습부진 클리닉, 비만클리닉이 성행하는데, 이는 ‘정상’으로 재단돼 질병으로 규정하고 다스리려는 행태”라며 “공부는 못할 수 있는 것이지, 못 한다 게 ‘비정상’으로 규정 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시대에 그는 “종교의 존재는 비정상으로 분류된 존재를 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충분하게 좋은 엄마’와 ‘모든 것을 품어주는 환경’이 결합된 사회공동체 건설에 종교는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여 그는 “종교는 자살자 뿐 아니라, 자살유가족을 향한 공감대를 풍성히 형성해야 한다”며 “자살자에 대한 ‘why'는 여전히 모르지만, 우리는 자살 유가족에 대한 ’how'와 ‘what'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그는 “세상 모든 일이 이성적 이해로 진전되는 것이 아닌, 사랑과 포용에 의해 작동됨을 기억해야 한다”며 “종교는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임용택 라이프 호프 이사장 겸 안양감리교회 목사가 ‘생명을 살리는 개신교회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전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자살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며 “개인적, 의지적 결단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자살예방은 국가적 차원에서, 특히 종교계가 함께 협력해야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종교계를 비롯해 라이프호프는 유가족 에게 손수건 같은 만남 곧 흐르는 땀을 닦아주고 싶은 만남이 되고 싶다”며 “자살로 인해 고통 받는 유가족의 마음을 닦아주고 위로해주는 만남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성경에서 자살한 사람은 아비멜렉, 사울, 가룟 유다 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성경은 이들에 대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고 기록했고, 이것이 하나님의 징계와 저주의 결과로 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며 “하지만 자살에 대한 어떤 가치 판단도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그는 기독교는 자살을 어떻게 보는지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은 공의와 사랑 두 측면을 가지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공의의 측면으로, 그는 “성경이 자살에 대해 특별한 논평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자살과 타살을 명시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에 속한 죄로 간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성경은 자살을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행위, 이웃과의 연대성 파괴,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본다”며 “나아가 자살은 고통 속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반면 사랑의 관점에서 그는 “영국 성공회 목사인 로버트 버튼은 1621년 그의 책에서 처음으로 자살을 우울과 연관 지어 이해했다”며 “이는 자살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려는 최초의 시도”라고 전했다. 또 그는 존스홉킨스 의과대 교수 케이 제이미슨의 말을 빌려, “자살의 가장 흔한 공통 요소는 정신병리 즉 정신적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뒤르켐을 빌려 “자살은 일종의 사회적 증상”이라 설명하면서, “자살을 개인 탓으로 돌리기보다, 그 사람의 자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긍휼로 품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때문에, 그는 이런 측면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기독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는 자살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공의와 사랑의 균형을 잡아야 하지만, 한편으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게 아닌 살려내는 일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남아있는 자살 유가족을 살리는 데 종교가 적극 이바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프 호프에서 하고 있는 생명에 대한 목회적 실천을 임영택 목사는 설명했다. 첫째 그는 “보수 기독교단은 자살 후에 지옥 간다고 해서, 장례를 거부하는 경우가 크다”며 “그래서 자살 유가족의 아픔이 굉장히 크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라이프호프는 교단별 장례예문에 따른 장례식, 장례 후 유가족에 대한 지속적 돌봄 등을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그는 “라이프 호프에서 진행하는 유가족 지원 및 지지모임은 자살 유가족 끼리 아픔을 같이 나누고 서로 위로하는 종교적 자조모임”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라이프호프는 자살예방의 날인 9월 10일을 기념해 ‘생명보듬주일’을 선포했다”고 전했다. 이날의 구체적 사역으로 그는 “안양에서 큰 교회, 작은 교회가 연합해서 자살 예방 캠페인으로 걷기 축제를 한다”며 “특히 청소년 사망률 1위가 자살인 만큼, 청소년들과 함께 적극 걷기 축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걷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역과 함께하는 생명문화 캠페인,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시장과 국회의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 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눅 10장)를 전하며 마무리 했다. 그는 “당시 사마리아인은 이스라엘에서 소외된 사람이었지만, 강도에게 두들겨 맞은 사람을 구출해 준 사람은 사마리아인”이라며 “당시 종교 권력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살 유가족도 강도 만난 사람처럼 곤경에 처해있는데, 이 시대에 자기 것을 희생하며 이들을 긍휼이 여기는 사마리아인의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고흐 작품인 선한 사마리아인(1890)을 보여주며, “사랑은 어떤 모습이든 아름다운 일”이라는 고흐의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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