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겨레 신문이 28일 에스더기도운동을 '가짜뉴스 공장'이라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정훈 교수(울산대 법학 교수, 현 EL정책연구원)가 이를 '가짜뉴스 프레임 전쟁'의 전형이라 지적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잘못된 언론보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기사를 통해 이슬람과 난민,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종교인 과세, 개헌 등등 수십 건의 소위 '가짜뉴스'(?)라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것의 진원지가 에스더기도운동이라고 적시했다.
이것의 진위여부를 놓고 바라보는 시각차에 따라, 여러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찬성과 반대 두 가지 입장을 나란히 놓고 토론하는 공론장을 형성하지 않는다는 데 진보 언론의 맹점이 있다. 사안에 대해서 생산적 방향으로 옳고 그름을 논의하기보다, 반대의견을 ‘혐오’라는 프레임을 씌어 차단하는 '악'한 방법인 것이다. 기존의 방식과 틀을 깨는 것은 절대 ‘선’이고, 이를 반대하는 것은 ‘악’이라 규정하는 괴상한(?) 프레임, 이것이 이번 한겨레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정훈 대표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한겨레가 에스더를 '가짜뉴스' 진원지라고 덧씌우는 것이 바로 프레임 전쟁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프레임 전략은 상대방의 주장들이 자기 견해나 의견과 다르다면 ‘혐오세력’으로 몰아가거나 ‘거짓뉴스’라고 낙인찍는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대 의견이 있다면 ‘혐오 세력’ 또는 ‘거짓 뉴스’라고 낙인찍기보다는, 원한다면 공론장에서 공개 토론하면 될 일”이라며 “이는 민주주의 발전를 심각하게 저해한 잘못된 언론 보도”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 대표는 “최근 국가인원위원장 최영애 후보 청문회서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에이즈와 동성애 상관관계를 미국질병관리본부의 자료를 들어 정확히 짚었고, 이를 근거로 최 후보에게 질문했지만 반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동성애가 에이즈 발병의 주요 감염 경로라는 게 미국 질본에 의해서 밝혀진 사실임에도, 최 후보는 어물쩍 넘어갔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런 부분을 한겨레를 비롯한 진보 언론들이 지적하지 않은 채 넘어간 것이 사실”이라 지적하고, “동성애와 에이즈 간 과학적 인과관계를 보도하지 않은 게 오히려 거짓뉴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공정해야 하는 언론이 편향된 입장만 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심히 침해하는 일”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동성애, 이슬람 등 성경적 근거로 반대하는 입장을 ‘혐오’로 몰아가서는 안 되며, 원한다면 공개 토론하면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겨레가) 반대 의견을 ‘혐오’ 혹은 ‘가짜 뉴스’로 낙인찍어 ‘반인권’으로 만들었고, 이는 공론장에서 찬성 의견과 동등하게 논의될 수 없도록 격하시킨 것”이라며 “이렇게 논의를 원천 봉쇄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동성애, 이슬람 난민 등 반대 의견도 찬성 의견과 동등하게 놓고 공론장에서 공개 토론을 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이야기 했다.
한편, 이정훈 교수는 지난 2월 22일 서울대 트루스 포럼에서도 당시 정부의 개헌추진을 예로 들면서 진보언론이 구사했던 프레임 전략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어리석은 것은 하수(진보 언론)들이 짜놓은 프레임에 자주 걸려 든다”며 “그런 프레임을 깨버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혜로워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방송사 등에서 (보수 집회)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하면, 그 사람들은 흥분한 상태로 다짜고짜 ‘연방제’, ‘공산화’라고 말을 시작 한다”며 “이럴 때 진보 언론은 앞뒤 자르고 ‘연방제’, ‘공산화’라는 단어만 싹 건져서 편집하는 프레임 전략을 구사 한다”고 전했다.
가령 그는 3.1절에 보수 기독교 단체가 개최한 집회를 보도한 한 방송 뉴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방송 뉴스는 ‘3.1절 보수단체들이 신도들을 동원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퍼트렸다’는 내용을 보도했다”고 했다. 당시 방송 뉴스가 보수단체에 유통됐다고 보도한 내용은 이렇다. ‘개헌은 북한이 원하는 길’, ‘개헌은 볼셰비키 혁명’이라는 것. 다만 보수 단체가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를 면밀히 따져보지 않은 채, 방송 뉴스는 ‘성경책 대신 피켓...가짜뉴스 판친 3·1절 구국 기도회‘로 헤드제목을 달았다. 이로서 찬성과 반대 간 입장 차이를 살펴보고 논의를 진전시키는 공론화는 상실됐고, 보수단체는 ’가짜뉴스‘만 내세우는 비합리적 집단으로 낙인찍혔다. 진보 언론의 프레임 효과가 발생된 셈이다.
아울러 그는 “좌·우 밖에 있는 중도 세력을 진보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진보 언론은 사람들로 하여금 ‘또 종북 이야?’라는 말이 나오도록 프레임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그는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작정 ‘극우반공’, ‘종북 색깔론’, ‘꼴통보수’, ‘적폐세력’이라는 단어로 프레임을 씌우는 방식”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도 세력은 ‘또 쟤네들 때문에 혁명이 안 되고,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지’라는 반응이 자연스레 나온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이렇게 2030 세대의 불만을 자연스레 보수 세력에게 돌리고, 중도세력을 결집시키는 언론의 프레임 전략이 작동하게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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