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제 오십년을 거룩하게 하여 전국 거민에게 자유를 공포하라 이 해는 너희에게 희년이니 너희는 각각 그 기업으로 돌아가며 각각 그 가족에게로 돌아갈찌며(레위기 25:10)” 희년 제도는 가난해서 자기 분깃의 토지를 팔 수 밖에 없어도 50년을 맞이하면 땅을 본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제도이다. 모든 인생이 출생 배경이 어떠하든 똑같은 선에서 인생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님의 은혜인 셈이다.
2018 한국기독교경제학회 하계 세미나가 4일 10시 반부터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After Capitalism : Rethinking Economic Relationships"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영국 희년 재단 창시자 겸 前 World Bank Consultant인 마이클 슐터 박사도 참여해 ‘Relationism: Pursuing a Biblical Vision for Society'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 인천대 이명현 교수는 폴 밀즈 박사의 “The Divine Economy”를 요약해 발제 했다. 폴 밀즈 박사는 마이클 슐터 박사와 함께 ‘After Capitalism : Rethinking Economic Relationship'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이명현 교수는 “사회과학적으로 3500년 전 구약의 시스템은 당대에만 적용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성경을 주목하는 이유는 정의와 공평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구약성서 레위기, 출애굽기는 토지 같은 생산물 시장, 부나 소득에 대해 공평성을 명시하고 있다"며 ”성경은 자유방임시장에 대해 제한을 걸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갔을 때 12지파에게 공평히 땅을 나누어 줄 때부터 이미 자유방임 시장은 철저히 희년규정에 의해 조절 됐다“고 설명했다.
희년은 앞서 말했듯이 50년을 두고 한 사람에게 자신의 조상이 경작했던 땅을 다시 경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고아와 과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생산수단인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면 “토지를 영영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 너희는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레위기25:23)”와 같이, 토지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공평하기 주신 분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약성서는 노동시장에서 임금체불에 대한 강한 경고가 있고, 모든 일을 멈추는 안식일 규정이 있어 노동자, 주인 모두에게 복된 쉼의 기회를 준다. 아울러 7년 마다 부채관계가 청산돼, 채무관계에 종속되지 않으며 이자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이명현 교수는 ”이처럼 성경은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지만 현대복지자본주의는 성경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가개입경제와 자유방임경제를 섞은 혼합자본주의는 ‘물탄 자본주의’라 불릴 만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부를 창출하고 부를 재분배하는 구조가 아닌 부의 재분배 상태를 평등의 상태로 전제 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세를 많이 거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복지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혼합자본주의는 다국적 기업의 출현으로 자본과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 때문에 한 국가의 복지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또한 관료주의도 하나의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는 “경제 모델은 인간의 삶에 복무해야지, 지배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의와 공평을 추구하는 레위기의 희년사상은 여전히 현대 자본주의가 과도한 양극화로 치닫지 못하도록 막는 완충제이자 규제적 이념”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희년제도가 현대 경제에 적용 될 수 있는 예로 노르웨이 같은 ‘국부 펀드’를 들수 있다”며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해 변동 없이 이윤을 모든 국민에게 배당하는 제도”라고 소개했다. 현재 노르웨이의 국부 펀드는 북극해 천연가스를 재원으로 삼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에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은 아마 공기업을 민영화 할 때 매각 대금으로 국민 펀드를 운용해 이윤을 배당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자리에는 자유한국당 이혜훈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그녀는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완전히 정착시켰나 보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실현 가능한 모든 노력을 했느냐를 보실 것 같다”며 “학계에서 희년 제도가 실현 가능하냐를 가늠하기보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경제 정책을 계속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풍성히 창출 했으면 좋겠다”며 정책 입법자로서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이어 그녀는 “크리스천 경제학자 중심의 기독교 경제 연구소가 있었으면 좋겠고, 목회자분들도 희년 경제를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지구 반대편 수천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조선에도 희년제도와 비슷한 개념이 있었다. 조선의 유학자 정약용은 1800년, 「여유당전서」에서 여전론을 주장했다. 이는 개인 소유의 토지를 인정하지 않는 토지 공유제 개념이다. 마을을 1단위로 엮어 토지를 공동 소유하고, 공동 경작해 각 호(집)의 노동량에 따라 수확량을 분배하는 공동농장 제도였다. 당시 토지 소유의 평등뿐 아니라 신분적, 경제적 평등을 추구했던 점에서 획기적이고 진보적인 토지 사상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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