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북핵 문제 공을 미국에 돌려서일까. 어느새 느슨해진 관심에 방사능 피폭 위험에 노출된 북한 주민들만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사)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인권감시본부(이하 본부)가 '북한의 핵 개발과 인권 문제'를 다시금 다뤄내 주목받고 있다.
본부 측은 "올해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 폭파를 취재하기 위해 방북한 남측 기자단에게 실험장 옆 개울물을 마셔보라고 권한 북측 기자가 권한 사람이 먼저 마셔보라는 도발적 역제의에도 물을 마시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고 밝히고, "북한의 핵 개발 과정에서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주민의 피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북한 주민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이어 본부 측은 구체적인 현장 북한 주민들의 피해 사례들을 제시한 후, "핵 개발로 인해 북한 주민이 겪는 피해 중 첫 번째는 방사능 노출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알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면서 "북한 당국은 중앙당 군수공업부 산하 131지도국(핵 개발국으로 군수공업부 산하지만 최고지도자 직속 비밀기관)을 통해 핵개발과 관련된 작업을 은밀히 추진하고 방사능의 유해성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시설 건설 작업에 동원되는 인력에게 핵 시설 건설 작업인 것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본부 측은 "핵 시설 건설이나 핵 물질 채굴에 필요한 노동력은 군 복무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확보하거나(131지도국 산하 구성원, 군복은 입으나 인민무력성 소속이 아님) 풍계리 핵 실험 갱도 건설에 정치범을 동원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밝히고, "두 경우 모두 핵 시설 건설과 관련된 정보의 유출을 방지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의 피해 사실이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는 이러한 피해 가능성에 대해 주민이 인지하게 되고 사회적 공포심이 생성될 경우 정권의 핵 개발에 부정적인 여론이 생겨날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본부 측이 건강상 피해에 대한 증언을 확보한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은 세 군데로 평안북도 영변군 핵 시설, 황해북도 평산군 우라늄 광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시설 등이다. 본부 측은 피해의 정도에 대해 "경미한 경우 근육 감소, 만성 두통, 감각 이상 증상에서부터 소아 림프암, 기형아 출산, 사망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밝히고, "특히 길주군 출신 소아들의 중증 질환(림프암, 백혈병)과 관련하여 부모들이 방사능 유출로 인한 유해성과 병의 인과관계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가 얼마나 침해당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실례"라 주장했다.
때문에 본부 측은 "평안북도 영변군, 황해북도 평산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관련 시설에서 근무하였거나 인근 지역에 거주하였던 북한이탈주민 전수를 대상으로 복수의 전문의료기관에 의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추적조사 및 관리를 진행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향후 이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와 관계 기관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북한인권 침해사건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과 축적을 바탕으로, 산하 북한인권감시본부를 통해 특정 인권침해 항목에 대한 효과적인 감시와 정례적 보고서 출간을 통한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도모하고, 산하 정착지원본부가 인권피해자, 귀환국군포로,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적응교육, 심리상담, 정착지원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전문적인 지원활동을 전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인권감시본부는, 기존 NKDB의 사실과 증거에 기반한 인권 문제 제기가 북한 내부에 실제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증언을 다수 확보하였는바, 북한 내 ▶사형 ▶구금시설 ▶종교자유 ▶해외노동자인권 ▶핵·생물·화학무기와 인권 ▶마약류 ▶UN권고이행 ▶군인권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국내외 인식제고를 위한 문제제기를 통해 실제적인 변화와 개선을 유도하는 것을 활동의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다음은 북핵 개발 과정에서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주민의 피해 실태에 대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생생한 증언 발췌 내용 전문이다.
◈유해성에 대한 정보 부족
“건강에 안 좋겠구나, 그런 생각은 없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같아요. ‘건강에 안 좋다’ 이런 생각은 꿈에도 안 해요. 그걸 신경 쓸 새도 없고 알지도 못 해요.” (50대 여, 평양시)
◈유해성에 대한 정보 부족 및 길주군 수질에 대한 사회 인식
“풍계리는 기본 거기서 일하는 애들이 다 정치범 죄수들이었어요. 땅 파고 갱도파고 이러는 애들이 다 죄수 애들이에요. 북한 사람들은 아파도 그게 방사능 때문에 아프다 그런 연관을 못 시켜요. 길주에 장애인이 많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길주 물이 나쁘다고. 거기 길주 물이 제일 나쁘다고. 그게 핵 때문이라고는 생각을 안 하죠.” (40대 남, 양강도 혜산시)
◈피해 사례
“김정은이 이번에(2018년 1월) 국가과학원 현지지도 나갔어요. 국가과학원에 혁명사적지 해설하는 여자 과장이 있어요. 이름이 강화숙이에요. 그 남편이 어디 원자력인지 모르겠는데, 원자력 하다가 나왔단 말이에요. 나왔는데 평생 그거 당위원회에서 검사한대요, 검사. 이 사람 안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지. 건강상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거기는 배급도 계속 입쌀만 공급해주고 따로 그저. 국가가 당위원회에서 명절 때 마다 선물도 보내주고. 핵 개발하고 이런 데서는 몸에서 변화 일어나는 걸 계속 관찰한다는 거예요. 그 남편이 몸이 편치 못해요.” (50대 남, 평양시)
◈131지도국 주도 황해북도 평산군 우라늄 광산 군인 동원 및 피해
“그런 거 있지요. 핵 개발하는데 황해북도 평산(군), 우라늄 나오는 광산이란 말이에요. 군인들 몽땅 거기로 들이밀어 가지고 거기서 일을 시키면서, 기름이나 공급해서. 우리 때 그 131지도국이라고서 원자력, 우라늄 캐는 군대가 있거든요. 저기 가서 우라늄 방출하는 애들은 암만 잘 먹여도 몸이 안 난다고 그러더라고요. 제대돼서도 실실 앓는다, 이런 소리를 들었댔어요. 군인 애들한테 우라늄 캐는 걸 시키죠. 비밀이 엄수되어야 하니까. 일반사람들한테 출퇴근시키면서 하려면 비밀 다 노출되니까요. 현역군인들이 들어가서 다 하는 거죠. 그 방사능을 다 억제해서 나오는 줄 알지 그것 때문에 몸에 피해를 입는 줄은 몰랐댔죠.” (40대 남, 평양시)
◈군인 동원 및 피해
“이런데서 군복무 하는 사람들은, 일반 군인은 10년인데 이런데서 군복무하면 5년 밖에 안 해요. 친구 동생도 이쪽에서 했다던데. 5년 딱 하고 왔어요. 근데 걔가 보니까 몸이 안 나는 거예요. 잘 먹어도 몸이 안 나더라고요.” (40대 남, 양강도 혜산시)
◈군인 동원 및 피해
“그런 사람들은(핵 관련 시설 군복무자) 국가적인 보호대상이에요. 당일꾼이 하나 그 사람 가정에 붙고, 일반 주민이 붙고 해서 그 사람들이 중한 일 생기거나 힘들거나 하면 돌봐줘요. 돈도 대주거나. 그런데 그 사람들은 오래 못살아요. 담당들이 다 각 당, 기관 안에 있어요. 내가 본 거는 윤영철이라는 가족인데 (근무지가) 어디 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무슨 핵을 개발을 하는데 몇 굴이 있대요. 그런데 자기는 맨 마지막 굴에서 했었는데도 하반신이 마비가 되었어요. 불구자가 되어서 나오니까 국가에서 돌봐줘요. 가정을 온전한 여자 구해서 결혼을 시켜주고 가정을 꾸려주고. 국가에서 돌봐 준다는 게 우리 같은 사람들(일반 주민들이) 다 붙어서 도와주고 그러는 거예요.” (50대 여, 함경북도 청진시)
◈군인 동원 및 피해
“(거기 일하는 사람이) 아픈 거는 우리 도 병원에 아는 처녀애가 간호원 일 하다 나니, 핵 실험장에서 일했거나 핵 실험 피해를 받은 사람은 1년에 한 번씩. 7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함경북도가 도(道)적으로 다 달라붙어서 그 사람들을 위해서 의료봉사. (피해자들) 다 불러 들여서 치료 해주고, 그 기간에는 먹고 싶은 거 최대로 잘 먹이고 이런 사업은 있습니다. (환자는) 함경북도 사람만 그렇죠. 도 병원에 있는 거 보니까 대체로 많지 않습니다. 12명, 13명. 이런 사람들은 년에 한 번씩 꼭꼭 7월이면. (핵 피해자인거는) 그 간호원이 말합디다. 저 사람들이 실지 이제처럼 영예군인이 맞는데 어디서 일했는가 하면 다 핵, 군사 복무할 때 핵 시험장에서 일하던 사람이라고. 그런데서 복무하다가 핵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라고 그 간호원이 그러더라고. 그 사람들 보니까요, 불구, 하반신 불구도 있고. 눈 이래 찌부러진 사람도 있고. 그저 전혀 몸을 가누기 힘들어서 이제 다 폐허 상태가 된 사람도 있고, 말라서. 의사선생들은 7월이면 그 때를 기다립니다. 그 때를 통해서 별나 별나(이런 저런) 물자가 다 들어오니까나. 그 때문에 그 도 병원에서도 좀 살고. 중앙에서 오는 게 아니고 도 자체에서 걷어서. 중앙 지원 이만큼도 없고, 그러니까 그 사람들 지원한다고 인민반에다 또 분담합니다. 너네는 뭐 해라, 너네는 뭐를 바쳐라, 이러고 분담이 있습니다.” (50대 여, 함경북도 청진시)
◈군인 동원 및 피해
“방사능, 오염 이런 거 소리는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정부에서 하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해요. 걱정하죠. 근데 그런 거를 알긴 아는데 우리가 말한다고 뭐가 되는 일이 아니니까. 길주 풍계리에는 임신부들이 태아가 잘못돼서 나오고 그렇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어요. 그게 퍼진지 오래됐죠. 나 있을 때도 왕왕 소리가 돌았는데. 그 때 그거 다 알고 있어도 내놓고는 말을 못해요. 다 수군수군하지.” (50대 여, 황해남도)
◈생태계 변화 및 기형아 출산
“핵 개발 그런 거 때문에 벌도 없어지고 그런 소리는 들었고 기형아들도 좀 태어난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20대 남, 평양시)
◈기형아 출산
“그래서 기형아들이 나오는 거죠. 함경북도 길주 쪽에 가면 기형아들 제일 많이 나와요. 소문이 아니라 거기 실제로 많이 나와요. 길주에 저 몇 번 가봤어요. 길주에서 멀지 않은 데에 핵 실험장 있거든요. 풍계리. 길주 풍계리 그 쪽에 기형아들 좀 나와요. 방사능 때문에. (북한에 있을 때) 당연히 알죠. 그리고 물이나 이런 농사가 잘 안 돼요. 그런 피해 때문에. 거기 가게 되면 진짜 거리 걸어가는 게 좀 쓸쓸해요. 좀 한적하고. 분명 길주인데 쓸쓸하고 한적한 분위기에요, 다른 데에 비해.” (20대 남, 함경북도 청진시)
◈동원 군인 사망 사례
“우리 동네에 애가 그런 데서 일하고 왔는데 걔가 사람이 메마르고 말라죽더라고요. 핵 때문에 그러겠지요.” (40대 남, 양강도 혜산시)
◈동원 기술자 사망 사례
“누구 아들이라고 잘 생각은 안 나는데 그 핵무기 만드는 그런 데 가서 일을 했는데, 군사 복무가 아니죠. 기술, 대학도 아주 고급대학(영변 물리대학으로 추정) 나와서 그런데 가서 일 했는데 그냥 다 폐인이 되가지고 왔더래요. 병에 걸려가지고. 어떤 병인지도 모르겠는데 마르고, 몸이 몽땅 핵물질 영향을 입어가지고. 그래서 집에 나와서 있다 죽었다고. 국가에서 보상 이런 거 해줬다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50대 여, 양강도 김정숙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