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국제] 미국의 복음주의 원로인 빌리 그래함 목사가 성적 유혹을 이겨낸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지난 1949년 또는 1950년 사이 한 유명한 복음전도집회 후 일어난 일입니다. 그래함 목사가 집회 후 자신이 투숙하고 있는 호텔로 돌아왔을 때 놀랍게도 알몸의 여성이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있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그 알몸의 여성은 그래함 목사의 사역(목회)을 파괴하기 위해 그를 유혹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함 목사는 동요하지 않고 평소처럼 조용히 호텔을 빠져나왔고, 그 일 후 그래함 목사는 결코 아내 없이는 어떤 여성과도 단둘이 여행을 하거나 차를 타거나 심지어 미팅이나 식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같은 그래함 목사의 행동이 복음주의 목회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이를 따르는 목회자들이 늘었고, 이름하여 '빌리 그래함 룰'(The Billy Graham Rule)이라고 명명하기에 이르렀죠.
그런데 오늘날 이 원칙을 따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좋은 사례가 최근 과거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28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의 부인 캐런 펜스 여사를 다룬 기사에서 펜스 부통령이 '아내를 제외한 다른 여자와는 단둘이 식사도 하지 않는다'는 과거 인터뷰 내용을 함께 보도했는데요.
기사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2002년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며 "아내를 동반하지 않고는 술자리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바로 ‘빌리 그래함 룰’일죠.
기사가 나간 후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두고 '신앙적 지조냐, 성차별주의냐'는 논쟁이었죠.
펜스 부통령의 생각에 동의하는 측에서는 배우자에게 충실해지려는 그의 윤리적 노력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를 통해 "아내에게 지극히 충실해지려는 그에게 왜 비난을 보내느냐"며 펜스 부통령이 남편들의 모범이 될만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다른 누리꾼도 "배우자에 대한 부정으로 망가진 정치인의 사례가 수없이 많다"며 “그가 부적절한 행위를 피하기 위한 좋은 ‘규칙’을 보여줬다”고 칭찬했습니다.
반면 예상대로 여성계를 비롯한 진보진영에서는 “펜스 같은 원칙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 여성들은 중요한 위치에 오르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죠.
시사평론가인 엘리자베스 스파이어는 "펜스 부통령이 여성과의 식사를 피한다면, 어떤 여성이 수석 보좌관이나 선거 사무장, 변호사 등의 지위에 오를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고 합니다.
이들은 특히 펜스의 원칙(빌리 그래함 룰) 이면에는 여성은 오로지 성(性)적인 대상이라거나 유혹하는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심지어 펜스가 ‘여성혐오주의자인 것 같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는군요.
자, 여러분은 빌리 그래함 룰을 지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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