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커피밀 김종규 대표
▲김종규 칼럼니스트

[기독일보=칼럼] 어떤 한 남자가 환갑을 4년 앞둔 쉰여섯이 되어 처음으로 정규직 사원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자영업으로 '자가발전'하여...

평생 '박사'라는 면류관을 쓰고 살았지만 그것은 옥으로 만든 면류관이 아니라 가시관이었습니다. 혹자는 참으로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마음 쓰다듬어 주지만 혹자는 도대체 ‘웬 궁상이냐’고 ‘궁상이냐’고...

경륜이 뛰어나 여러 목수들을 휘하에 거느리던 도목수(都木手)이셨던 선친이 문득 떠오릅니다. 1919년생인 아버님은 1970년대 초반 어느 날 베틀 4대로 ‘대성직물’을 개업하셨다. 나처럼 거의 쉰 후반에 목수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었다. 쉰을 넘긴 지금에야 나도 아버지처럼 ‘도전’을 하니 그 당시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무보수 사회사업가였으며 어쩌면 ‘사회주의자’였던 아버지 ‘김 사장’님이 개업일에 직원들에게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나는 직물공장은 아직 잘 모르지만... 이것 하나만은 여러분에게 분명히 약속합니다. 나는 앞으로 여러분과 꼭 같이 먹을 것이고 생선 한 조각도 더 먹지 않을 것입니다...”

김박사커피
▲이전 문제로 문을 닫아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린 ‘김박사커피’ 야경. ©김종규

개업 당일부터 김 사장님의 약속은 마치 ‘파라오의 칙령’처럼 실현되었고 우리 5남 2녀와 부모님은 매일 공장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물론 ‘십자가’는 어머님이 지시고... 처음에는 직원이 얼마 되지 않아 수월했지만... 공장이 점점 커져 직원이 수십 명에 달했을 때도 그 ‘칙령’은 어김없이 지켜졌고 1980년 그 ‘잘나가던’ 공장이 불상사로 하루아침에 부도 날 때까지 지속되었다. 교대로 식사를 하면서...

까뮈 이방인
▲프랑스의 실존주의철학자이며 소설가인 알베르 까뮈(Albert Camus)의 소설 '이방인(L'étranger) 표지. ©자료사진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이며 소설가인 알베르 까뮈(Albert Camus)의 '이방인(L'étranger)이 생각납니다.

인생을 마감하기 위해 양로원에 들어간 뫼르소(Meursault) 부인은 황혼이 그어놓은 그 쭈그러진 얼굴로도 ‘죽음을 준비하는’ 그곳에서 새로운 피앙세(약혼자 fiancée)를 만든다. 빛바래지 않는 새로운 사랑을...

흔히들 ‘사랑’을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구획지어 버리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일 또는 다른 모든 것에 대한 사랑도 무지개보다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띠며 나이라는 허울을 초월해 베인 살갗으로 흐르는 선혈처럼 매순간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문득,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그 큰 직물공장이 부도가 나고 움막 같은 집으로 쫓겨 난 후에도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그 움막 옥상에 당신은 세상 온갖 꽃들을 심어 놓으시고 환히 미소 지으시며 물을 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엄마’의 꿈은 아마도... 그 큰 직물공장이 아니라 움막옥상에 손수 만드신 그 꽃밭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랑, 일, 꿈... 다른 모든 것들도...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모두 생생히 살아 있는 것입니다.

 2013년 8월 5일
'김박사커피' 개업일

■ 김종규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학‧석사)하고 캐나다 Laval 대학 대학원에서 불어학(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원 등 10여 개 유수대학에 출강하여 많은 제자들을 배출하였다. 현 평화공동체 <철들지않는사람들> 사무국장과 공정무역 유기농커피 <김박사커피밀> 대표(확장·이전 중). salut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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