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 3남매 사망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아직도 충격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 사건의 원인을 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논문이 발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지난 3일(토) 오전 7시 백석대 대학원 진리동 603호에서 김희석 교수(총신대 구약학)을 초청, 제64차 신학포럼을 개최했는데, 이 날 신학포럼에서 김 교수는 "잠언 1~9장의 해석학적 틀에 기초한 잠언 10~31장의 개별잠언 해석방법: 잠언26:4~5의 예를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김희석 교수의 논문 시작은 전남 보성 3남매 사망사건이었다. 그는 "최근 잠언 23장 13~14절 말씀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다"고 말하고, 전남 보성에서 목사라고 알려진 A씨가 자녀들을 학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었다"며 "이 사건을 '종교 중독증에 고통받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한 언론 기사에 따르면, A씨는 잠언 23장 13~14절 성경구절에 의거하여 자녀를 학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여기서 우리는 이 구절의 두 가지 해석의 양상을 목도하게 된다"고 했다. 먼저는 이 사건을 저지른 A씨의 해석으로서, 잠언 말씀은 표면에 드러난 의미 그대로 믿어야 하는데, ‘자녀를 때릴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영혼을 구원하게 될 것이다’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하나는 A씨의 해석을 비판하면서, 잠 23:13-14 말씀은 아이를 채찍으로 때리면 죽을 수도 있으며, 그러므로 정도가 지나치게 때리면 안 된다는 관점이다.
그는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두 해석의 양상 중 어떤 것을 취해야 하겠느냐"며 질문을 던지고, "성경본문을 건전하게 해석하려는 의도를 가진 해석자라면, 이 두 해석의 양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첫 번째 양상은 잠언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지나친 문자적 해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며, 동시에 두 번째 양상은 진리의 성경말씀을 해석할 때 어느 정도 해석자의 상황과 의도가 반영되어 본문의 명백한 의미와는 다른 해석을 내리게 되는 경우라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희석 교수는 이러한 경우에 대해 "해석의 기준은 사람의 지혜가 아니며, 독자가 지닌 해석의 ‘적절성’도 아니며, ‘상황의 적절성’도 아니고, 오직 ‘여호와 경외’라는 렌즈를 인식의 관점으로 삼는 ‘신학적 적절성’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별잠언의 문맥을 고려한 해석이 시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개별잠언 자체 및 문맥을 고려한 해석이 시도된 후, 그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여호와를 경외할 수 있을 것인가'란 질문을 고려하는 해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두 과정, 즉 개별잠언 자체의 문맥을 고려하는 과정과 여호와 경외라는 해석학적 틀을 고려하는 과정은, 서로 별개의 과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통합된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여호와 경외함’이라는 해석학의 틀이란 사실상 ‘신앙인의 삶의 해석학’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여호와 경외’란 우리 신앙인들의 삶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삶의 문제들을 ‘상황성’의 렌즈, ‘축복’이라는 결과론적 렌즈, ‘과거의 정황’이라는 역사적 렌즈를 통해 해석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여호와 하나님을 중심으로 인식하는 ‘신앙적 관점’의 틀을 통해서 해석하고 적용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연 우리는 이 사건을 범한 A씨와 같이 잠언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실수를 범하고 있지는 않는가?"라고 되묻고,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과연 성경이 가르치는 태도인가?"라며 "개별잠언 해석에 관한 우리의 논의는, 우리가 하나님 말씀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해석자의 상황과 인간적인 합리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적인 결단이 늘 함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사건을 주제로 쓴 칼럼 "채찍으로 때려도 죽지 아니하리라? - 보성 3남매 사건을 통해 다시 돌아본 잠언의 의미"(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3월호)에서 김희석 교수는 "우리를 죽을 때까지 때리시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채찍에 맞으시고 우리를 위해 대신 십자가의 죽음을 감당하신 예수가 성경 해석의 '참 지혜'가 되셨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런 예수님의 모범이 우리의 해석의 기준이 된다"고 말하고, "잠언 23:13-14 말씀은 '적절' 적용되어야 하지만, 그 '적절함'은 “내가 보기에 적절함”이 아닌 “하나님 보시기에 적절함”이어야 한다"며 "이러한 '하나님 보시기에 적절함'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희생을 감수하면서 주님과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지혜'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면, 잠언 23:13-14은 절대적 진리의 말씀"이라고 말하고, "변하는 상황에 의해 해석이 달라져야 하는 말씀이 아니라, 영원불변하신 진리를 보여주는 본문"이라며 "다만 그 이해와 사용에 있어서 예수님 닮은 삶의 지혜(적절함)가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