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설립된 기독교 싱크탱크 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 전우택)이 17일 오후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제49회 KPI평화포럼'을 열고, "평화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4) - 국제사회와 평화"를 주제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서울대 조동준 교수
서울대 조동준 교수 ⓒ자료사진

첫 발제자로 나선 조동준 교수(서울대 정치외교학부)는 "전쟁이 없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까?"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평화와 전쟁에 관한 여러 관점을 기독교의 시각에서 조망했다.

조동준 교수는 "평화를 이루는 여러 방식 중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것에 대한 해답은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사람 간 관계에 관한 믿음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퀘이커교도처럼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 '내부 빛'(inner light)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형제와 자매이기 때문에 무기를 휴대하지 못하게 되지만, 반면 하나님의 무조건적/선택적 사랑으로만 타락한 인간이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하나님에게 속하지 않는 악인을 대상으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했다.

또 조 교수는 "요더처럼 세상에 있는 악한 세력도 하나님의 섭리를 이룩하기 위하여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무저항 평화주의가 그 믿음에 부합한다"고 말하고, "반면, 사람이 우주적 교회에 있으면서 동시에 세상에도 속한다고 믿는다면, 사회의 공공선을 위한 폭력 사용을 용인할 수 있는 교리적 해석 공간이 생긴다"면서 "이처럼 평화에 관한 관점은 교리와 교단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기독교 교리와 교단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예방전쟁이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는 거의 모든 기독교인이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극소수 성전론자를 제외한다면, 기독교 교단을 가로지는 공통 합의점이 존재한다"면서 "기독교 현실주의/정전론을 가장 넓게 해석하면 선제공격까지, 가장 좁게 해석하면 최소 억지까지 기독교 정신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비폭력적 방법으로 전쟁의 방화벽을 높이는 노력에는 거의 모든 교단이 동의한다고 보인다"면서 "교단간 합의가 이루어지는 지점에는 연합하여 평화를 이루도록 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지점에서 각자 평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박원곤
한동대 박원곤 교수 ⓒ 자료사진

또 다른 발제자인 박원곤 교수(한동대 국제어문학부)는 좀 더 세부적으로 "동북아 안보 환경과 평화: 기독교적 성찰과 방안의 모색"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에 대해 "불안정하다"고 말하고, "경제적으로 세계의 중심에 서있고 역내 국가간 경제적 상호 의존이 증대하고 있지만, 안보 문제만큼은 여전히 화해와 협력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 "동북아는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100여 년간 국민국가간 전쟁의 원인이 된 유럽의 사례와 같이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 간 영토 갈등이 산재한다"고 지적하고, 역내 안보환경의 판도를 바꾸는 북한의 핵 무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불안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때문에 박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방안에 대해 ▶배타적 민족주의를 완화해야 한다 ▶지역 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 ▶북한 핵억제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동북아 역내의 안보환경이 불안정할수록 이를 바라보는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더욱 치열하게 사고해야 한다"면서 "기존 학문이 분석해 내는 안보 갈등의 원인과 대응 방안을 기독교 지성을 갖고 면밀히 분석하여 통합을 이루어내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두번째 발표자로 나선 정성철 교수(명지대 정치외교학과)는 "전쟁과 평화: 기독교,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 통일과 화해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할 때"라고 했다. 그는 "세계가 20세기에 국가 간 전쟁의 공포와 충격을 경험하였고 21세기에 들어서 내전과 테러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반도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이후 북한 핵개발과 인권문제라는 난제에 시름하고 있으며, 더구나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 속에서 두 강대국의 갈등과 충돌의 파장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 할 때"라고 주장했다.

세 발표자의 발표 후에는 이문식 이사(광교산울교회) 박재적 교수(한국외대 국제대학원), 김한권 교수(국립외교원) 등이 함께 토론자로 나서서 종합토론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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