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는 인천순복음교회(담임목사 최성규)의 담임목사직 부자 세습 결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유감의 뜻을 밝힙니다.
1. 인천순복음교회는 지난 11월 22일 제직회를 열어, 담임 최성규 목사의 장남인 최용호 목사를 후임 담임목사로 확정하였습니다. 세반연은 이미 지난 2013년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순복음교회의 세습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30여 명이 넘는 부교역자가 사역하고 있었음에도 최용호 목사에게만 부목사라는 직위를 부여하고 최성규 목사와 더불어 주일예배 설교를 도맡는 등 실제적으로 담임목사에 버금가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제보를 수차례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인천순복음교회는 '담임목사의 은퇴에 관한 연령 규정이 없으며, 은퇴 계획과 청빙 계획이 서게 된다면 교단이 정한 규정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서면으로 답변하였습니다.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해답을 주지 않은 채, 애매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일단의 논란을 피해 가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세반연이 의혹을 제기한 이후 최용호 목사는 1년여 기간 동안 교회를 떠났다가 올해 3월 복귀하였고, 교회는 그 시점에 맞춰 본격적으로 후임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최성규 목사의 은퇴 시점은 2016년 말로, 1년여의 충분한 기간에 남아 있음에도 교회는 교인 총회라는 최소한의 공동체적 합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제직회에서 후임자 선정을 졸속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교회에 쏟아질 사회적인 비판과 여론의 주목을 피하기 위함이 아닌가 의구심이 듭니다.
최성규 목사는 개척 목사로, 오랫동안 인천순복음교회에서 헌신하며 교회를 성장시켰습니다. 주지하듯이 담임목사는 교회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권력과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최용호 목사는 설교를 통해 교인들의 영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후계자로 교회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영향력은 커져 갔을 것입니다. 교회의 중차대한 결정이 담임목사의 의중에 좌우될 소지는 매우 큽니다. 교인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여 청빙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이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후임 목사가 아무리 훌륭한 재능을 지녔다 하더라도, 담임목사가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한국교회의 정책 결정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교회 세습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
2. 한국교회는 1970년 이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물질을 맹신하는 가치를 그대로 흡수하고, '그것이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축복하시는 증거'라는 왜곡된 신학 체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외형적 가치들, 즉 교인의 수와 교회의 재정 규모 등이 교회의 존재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경제성장에 맞물려 동반 성장을 이루었던 많은 교회의 목사는 '교회의 안정을 도모하고 성장을 보장한다'는 명분하에 담임목사직을 자녀에게 대물림해 왔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우선 가치에 두기 보다는 성장지상주의라는 세속적 가치가 교회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세습이 안정적인 리더십 교체를 가능하게 하여 리더십 이양기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여지를 줄이고, 성장을 지속하게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허상에 불과합니다.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데에는, 은퇴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원로목사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습을 단행한 교회들의 담임목사를 살펴보면, 교단의 총회장이나 한기총과 같은 연합 기구 총회장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3. 충현교회와 같이, 많은 교회들이 세습을 선택함으로 인해 심각한 내홍을 겪었고, 이로 인해 한국교회가 입은 손실은 실로 막대했습니다. 교회의 사회적 신뢰 지수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으며, 교회 밖 사람들은 교회를 향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곧 교회의 공신력 약화로 이어졌으며, 교세가 감소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교회가 아무리 열심히 봉사와 구제에 힘쓴다 할지라도 이미 일반 시민들은 교회가 가진 진정성을 믿지 않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공적 영역에서도 혈연의 사적 이해관계를 배제하는 것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반종교적 정서와 거부감을 더욱 부추길 것이 자명합니다. 그렇기에 인천순복음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은 결코 개교회의 문제로 한정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건강한 성장을 이루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모든 이들이 염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를 이끌어 가는 진정한 주권이 목회자 개인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고백하며, 인천순복음교회가 이번 결정을 철회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나고, 교회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주권이 바로 세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하며 그 과정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겠습니다.
2015년 11월 27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 김동호·백종국·오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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