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기독일보] 캘리포니아주 LA 동부 샌버나디노 시에서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남성 용의자가 무슬림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경찰은 여전히 테러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조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샌버나디노 경찰은 범행 이후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살된 남녀 용의자가 무슬림 부부인 사이드 R 파룩(Syed Farook·28)과 타시핀 말리크(Tashfeen Malik·27·여)인 것으로 밝혀졌다.
파룩은 샌버나디노 카운티 공중보건과 소속으로, 송년행사에 참여 중 행사 중 동료들과 논쟁을 벌인 뒤 현장을 떠났다가 아내와 함께 되돌아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제러드 버건 샌버나디노 경찰국장은 "총격범들은 범행 후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을 타고 도주했으며, 경찰은 이들을 추적해 총격전을 벌인 끝에 2명을 사살했다"고 했다.
총격범들은 전날 오전 11시11분께 샌버나디노 시의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인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서 총기를 난사했으며, 이로 인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총기 난사는 약 5분간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샌버나디노 카운티 공중보건과 직원들은 센터의 한 장소를 대관해 송년행사를 하던 중이었고, 이 보건과의 환경보건 전문가로 근무한 파룩도 참석하고 있었다. 그는 보건과에 5년간 근무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나디노(California State University San Bernadino)를 졸업하고 환경보건 학위를 취득했다.
버건 경찰국장은 "파룩이 모임에 왔다가 다른 사람과 논쟁을 하고서 화가 난 모습으로 자리를 떴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 말리크와 함께 현장에 다시 나타나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LA타임스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파룩은 행사 내내 조용히 있다가 단체사진을 찍으려고 하기 전에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파룩 가족의 말을 인용해 파룩과 말리크가 부부이며 현재 6개월 된 딸을 뒀다고 보도했다. 이들 부부는 온라인 상에서 만났으며, 2014년 여름 사우디 아라비아를 함께 여행했고, 그 해 7월에 함께 미국으로 왔다. 아내는 약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다음달인 8월에 결혼했다.
파룩은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독실한 무슬림으로 알려졌으며, 파룩의 아내 말리크는 파키스탄 출신으로 미국에 오기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룩의 아버지는 뉴욕데일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무슬림이라며 "매우 신앙심이 깊은" 아이였다고 했다.
파룩의 직장 동료도 파룩이 독실한 무슬림이었지만 직장에서는 거의 종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직장 동료는 "파룩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여행을 갔다가 온라인에서 만난 아내와 돌아온 적이 있다"면서 그들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한 아이의 부모라고 묘사했다.
버건 경찰국장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범행은 미리 계획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테러리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3일 아침 성명을 내고 이번 총기 난사가 테러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때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 1명을 붙잡았고 달아난 다른 용의자 1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1명은 총기 난사에는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버건 경찰국장은 "경찰은 더는 도주 중인 용의자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며 "두 명의 총격범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두 명 모두 사살됐다는 사실에 경찰은 안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총격 사건 이후 온라인 트위터 상에는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의 '축하' 메시지가 나돌고 있다. 한 가지 예로, IS와 연계된 트위터 계정에는 '#미국은_불타고_있다(#America_Burning)'란 해시태그가 붙었고 "3마리의 사자가 자랑스럽다. 그들은 여전히 살아있다", "신의 뜻에 따른 지옥" 등의 글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