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공동대표: 강경민, 김형국, 박득훈, 이문식, 정현구)이 파리테러 등에 따른 우려의 성명을 지난 30일 발표했다.
연합 측은 "파리와 말리에서 일어난 테러는 모든 이들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더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아야할 국제사회와 정부, 여론주도층의 반응은 편향적 대증요법과 심지어 정치적 의도조차 보이는 사회통제 분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면서 "참된 평화를 얻으려면 사태를 총체적, 종합적으로 보아야 하고, 무엇보다 고통받는 자들의 고통 원인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기독교 정신을 되새기며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은 불행한 사태에 대한 아픈 성명을 발표한다"고 전했따. 다음은 성명서 전문.
파리테러를 빌미로 마녀사냥과 사회통제에 나서지 말라.
지난 11월 13일에 일어난 파리테러와 이어진 말리에서의 테러는 전 세계인들을 엄청난 공포와 분노에 몰아넣었다. 더구나 이러한 테러행위가 그들이 믿는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는 사실에 같은 종교인으로서 더욱 분노와 슬픔을 멈출 수 없다.
그러나 단편적인 판단과 일방적 주장을 넘어 우리는 이러한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어떻게 책임 있고 실천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 모든 사태가 오직 이슬람국가(IS)로부터 발생했고 이들만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호도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와 많은 언론들의 목소리를 경계한다. 지금과 같이 무분별한 테러가 확산되기까지 시아파와 수니파로 양분된 이슬람의 극단적 분열은 물론 이러한 분열을 방조 또는 조장하며 자국이기주의와 패권을 추구해온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이중적 중동정책이 오늘과 같은 불행을 만든 씨앗이 되었음을 우리는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정말 우려하는 것은 파리테러 이후 IS공격도 9.11 사태 이후 반테러를 명분으로 무력 점령하였지만 평화는커녕 항상적 테러지역이 되어버린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더구나 시리아 등의 난민사태가 조금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이민규제 분위기로 치닫는 것은, 벼랑 끝에 선 분쟁지역 주민들에게 그저 앉은 자리에서 죽으라는 강요처럼 들려 더 무서운 테러로 내 몰지 않을까 매우 염려스럽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등이 잇따라 낸 성명에서 이 사태를 유럽의 다문화정책의 실패로 규정짓고 우리나라도 무슬림을 더욱 경계할 것을 주문하였고, 정부가 구상중인 반테러법 제정도 적극 찬동하고 나섰다. 테러의 배경이 되는 분쟁과 군사적 공격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테러만을 규탄하는 편향적 여론과 이를 빌미로 사회 전반에 걸쳐 더욱 통제와 공안통치 분위기를 강화해 나가는 정부의 위험한 시도를 깊이 통탄한다.
우리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은 반대자와 적대자를 죽여 없앰으로써가 아니라, 모든 차별과 차이를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어 안았던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를 믿기에 테러는 물론 강자의 침략과 패권에도 반대하며, 난민발생 원인은 방치하면서 난민만 규제하는 정책을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불행한 사태를 기회로 종교간 불화를 조장하거나 국민적 통제를 강화하여 정치적 목적을 얻으려는 불순한 의도를 강력히 반대한다. 아픔과 슬픔의 근본적인 원인을 도외시한 채 우리의 두려움만 강조하는 것은 테러와 분쟁을 더 키우는 악순환이 될 것이다. 진정 아픈 이웃에 대한 깊은 공감과 함께 문명인다운, 그리고 진정 기독교인다운 책임 있는 사고전환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한번 잇따른 테러로 희생된 분들과 지구촌 곳곳의 분쟁과 군사공격으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빈다.
2015년 11월 30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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