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좌와 우를 아울러 대화의 창구를 열어보고자 시작된 '진실과 화해를 위한 사회적 대화모임'이 26일 뜨거운 감자 '국정교과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역사교과서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화의 모임에서 보수 측 대표로 나선 서경석 목사(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집행위원장)는 "이슈는 국정화 찬반이 아닌, 교과서 좌편향 여부"라며 "누가 바른 역사책을 쓸 것인가를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경석 목사는 아예 "역사교과서 좌편향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국정화 문제는 본질적인 이슈가 아니"라고 말하고, "현재의 검인정 교과서가 좌편향이냐 아니냐, 좌편향의 정도가 국정화를 할 정도로 심각하냐 아니냐의 이슈"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검인정 교과서 좌편향이 너무 심해서 부분적인 수정이 불가능하고, 통째로 버리고 다시 써야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국정화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란 것이다.
서 목사는 "사람들이 좌편향의 실태를 명확히 알고 나면, 그 때는 검인정이냐 국정화냐가 중요하지 않고,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반드시 하게 될 것"이라 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빗대어 "과거에는 좌파적 역사관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후의 역사발전을 보면서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좌파들이 입장을 바꾸지 않고 계속 지난날의 낡은 역사관을 고집한다면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서 목사가 제시한 해결책은 건전한 경쟁이었다. 그는 "역사전쟁에서 정치권은 빠지라"고 요구하고, "학계의 역사전쟁은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좌와 우가 꾸준히 만나 성실하게 역사논쟁을 하고 하나씩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좌와 우는 누가 더 훌륭한 역사교과서를 쓸 것인가를 경쟁해야 한다"고 말하고, "좌파 역사학계가 대안교과서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금부터 새로운 역사전쟁이 시작됐는데, 누가 더 좋은 상품을 만드는가의 경쟁"이라 했다.
서 목사는 "대안교과서가 국정교과서보다 대한민국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하는 교과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예를 들어 북한을 혹독하게 공격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정직한 교과서가 되면 좋겠다"면서 "이 새로운 역사전쟁에서 대안교과서가 승리해 하루빨리 검인정 교과서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진보 측 대표 이수호 이사장(전태일재단)은 "진정한 만남과 대화와 소통, 이 문제 해결의 시작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먼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노동개혁으로 말미암아 노동자들의 저항에 부딪히자 돌파구로 들고 나온 이슈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너무나 큰 또 다른 뇌관을 잘못 건드린 것 같다"면서 "역사 관점을 획일화 하고 다른 생각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다양성과 열린 사고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 했다.
이수호 이사장은 "정부가 역사교과서의 검인증제에 대해 어떤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을 때, 자유발행제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라고 하면 모를까, 국정으로 후퇴하자고 하는데 동의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하나의 관점으로만 해석된 내용을 교사들이 가르칠 때 혼란과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독재정치의 전체주의국가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국가"라고 이야기 했다. 덧붙여 "진영논리를 활용해 선거에 이용할 의도가 있었다면 이는 도덕적 수준을 넘어 범죄행위에 해당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진영 논리로 가지 않고, 다른 것에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적절히 타협하고 함께 대안을 찾아, 더불어 오순도순 사는 길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강자와 약자가 마주할 때는 강자가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지금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거나 시위 참가자들에게 취하는 태도가 그런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이 대화의 모임처럼 진지하게 대화하며,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여준 전 장관은 "역사란 영원한 논쟁의 영역인데, 국가 권력이 이 논쟁을 통제하고 독점한다면 그것은 비민주적"이라며 자신은 기본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건전한 상식 논쟁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진정한 만남과 소통, 사회적 합의를 구하자면 자신의 생각을 절대화해서는 안 될 것"이라 했다. 특히 그는 박 대통령이 국정교과서 논리를 펴면서 '확고한 국가관'과 '북한의 사상적 지배'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면서 "이것들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 대통령은 정확하게 밝혀야 했다"고 이야기 했다.
다른 토론자로 나선 이부영 전 의원은 좀 더 강하게 국정교과서를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회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다양성과 개인의 기본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로 와 있다"면서 "대통령이 국정화 방안을 제시했을 때, 어느 곳에서도 진지한 토론은 없었다"고 했다. 다만 국정화 이후라도 역사교과서 경쟁을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아마 외부 교과서들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정권은 국정교과서로 가르치고 통제, 주입하려지 않겠느냐"면서 우려 섞인 시각으로 내다봤다.
대화를 중재한 도법스님(조계종 화쟁위원장)은 "역사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잘라 낼 수도 없고 잘라 내려고 해서도 안 된다"면서 "김구도 이승만도 박정희도 김대중도 함부로 내버릴 수 없는 분명한 우리의 역사"라 했다. 그는 "모두 공도 있고 과도 있다"면서 "우리가 만들어 온 명백한 진실, 분명한 사실인 우리 역사를 보편적 상식인 들이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사실적으로 잘 드러내고 그 진실을 균형 있게 기술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한편 대화 모임을 주선한 '진실과 화해를 위한 사회적 대화모임'은 사회 이념적 갈등이 도를 넘어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음을 자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서로의 얘기를 듣는 소통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만들어졌다. 도법스님의 초청으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서경석 목사가 호응해 2014년 11월 보수-중도-진보 간 대화 모임을 표방해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