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사)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NKDB정착지원본부는 12일 오전 10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남북하나재단 후원으로 “비보호 북한이탈주민 정착 실태 및 정책 제언”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정재호 NKDB정착지원 본부장은 2003년 이후 비보호 결정을 받은 북한이탈 주민은 172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호 및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하고,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의 77.3%는 신고지연자로 국내 입국 후 1년이 지나 보호신청을 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이 되는 이유는 국제형사적 범죄자(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살인 등 중범죄자, 위장탈출 혐의자, 체류국에 10년 이상 생활 근거지를 둔 자, 국내 입국 후 1년이 지나서 보호신청을 한자, 그 밖에 대통령령에 의해 보호 대상자로 지정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규정된 자 등의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비보호 북한이탈주민들은 일반 북한이탈주민에 제공되는 정착금, 주거지원, 취업지원, 사회보장 지원, 의료지원, 교육지원 등의 다양한 정착지원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사회로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이들은 주거, 수입, 생활수준, 건강, 심리, 가족관계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회적 최빈곤층으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의 월 근로수입은 64만 1천 원으로 나타나 일반 북한이탈주민의 147만 1천 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료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몸이 아파도 병원을 가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정 본부장은 전했다.
이날 증언자로 나선 비보호 북한이탈주민 김혜숙씨(가명)는 탈북 후 중국에 체류할 당시 가짜 중국신분증을 만들고 여행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로 입국하여 식당과 공장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돈을 벌었다. 김씨는 뒤 늦게 당국에 신고함으로 인해 비보호 대상이 되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김씨는 국내 상황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제때에 신고하지 못했고, 비보호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이로 인해 김씨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 사회로 내몰렸다고 증언하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씨는 현재 월 30만 원짜리 원룸에서 생활하면서 공장 일용직 근로자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김씨는 특히 자신이 제때 신고하지 못한 실수는 인정하지만, 이로 인해 아무런 지원 없이 비보호대상자를 사회로 내보내는 것은 갓난아이를 집 밖으로 쫓아내는 것과 같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더불어 자신의 목표는 열심히 일하고 떳떳하게 세금도 내는 대한민국의 자립적인 국민이 되는 것이라면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재호 본부장은 행사를 마무리 하면서, “사회문제 예방 및 통합차원에서 한국 사회 일원으로 수용된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비보호 북한이탈주민들이 삶의 나락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정착지원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북한이탈주민 중 비보호로 결정되어 정부 차원의 초기 적응교육 및 정착지원 서비스 대상에서 배제되는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실태에 대한 조사보고, 비보호대상자들의 증언, 그리고 현행 비보호 제도와 관련된 정책적 제언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