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파키스탄 법원이 기독교인 소녀들을 집단 강간한 무슬림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4년 11월 28일 밤 파키스탄 푼잡 주 자란왈라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기독교인 자매 셰리쉬와 파르자나는 집 밖에 설치되어 있는 욕실을 사용하기 위해서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 집에서 멀리 떨어진 길가에서 의식불명인 상태로 발견됐다.
소녀들은 병원에 실려가 의식을 되찾은 후에 그들 가족이 잘 알고 있던 무슬림 집 주인인 무함마드 샤바즈와 다른 무슬림 남성들이 자신들을 총으로 위협해 납치했으며, 밤새도록 집단강간했다고 경찰에 증언했다.
사건 후 마을의 무슬림들은 소녀들과 가족들이 범인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지 못하도록 위협을 가했으며, 이들이 범인들을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자 집을 공격해 총을 쏘기도 했다. 위협이 계속되자 소녀들은 국제 기독교 인도주의 단체 영국파키스탄기독교협회(British Pakistani Christian Association)가 마련해 준 은신처로 대피했다.
소녀들의 아버지인 일리야스 마시는 범인들이 지난달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며, 이는 주요한 증인이 위협을 당한 뒤 뇌물을 받아들이고 증언을 범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국파키스탄기독교협회는 "이들 가족들의 지인이었던 증인은 위협을 받자 원래 증언하려던 내용을 바꾸었으며 후에 이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마시는 고등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경찰과 법조인들의 종교적 차별을 비판했다. 그는 특히 변호사가 승소하려는 의지를 주지 않았다며, "재판에서 지고 정의를 되찾지 못한 것이 화가 난다.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우리를 위해 헌신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공판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심지어 대질심문 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들 역시 사건 초기 의학적 증거 수집을 방해하는 등 수사에 제대로 나서지 않았다고도 마시는 고발했다.
이번 판결로 소녀들을 집단강간한 범인들은 감옥에서 풀려났으며, 마시는 딸들과 가족들이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하며 떨고 있다고 말했다. 마시는 범인들이 마을로 돌아오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영국파키스탄기독교협회가 가족들에게 제공해 준 은신처는 8개월 후 임대 기간이 끝날 예정으로, 협회는 이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 동안 1년 더 임대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박해받는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공용 주택을 건립할 계획이기도 하다.
한편, 소녀들은 현재 은신처에서 협회가 제공하는 영어와 수학, 직업 교육을 받으며 안전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불안 증세와 우울증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자신들이 겪은 끔찍한 일에 비하면 잘 버텨내고는 있지만 자매들 중 첫째인 파르자나는 불안 증세와 우울증을 보이고 있으며 범인들이 무혐의로 풀려났다는 소식에 이런 증상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