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4차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합의하여 만들어낸 9.19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꼭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렇지만 2008년 12월 제8차 회담 이후 6자회담이 중단된 채 북핵 해결을 위한 동력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북한은 제2차 핵실험(2009.5), 제3차 핵실험(2013.2)을 실시했고, 지금은 제4차 핵실험을 모색하면서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 등 핵 능력의 고도화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6자회담이 무기력하게 된 근본 원인은 북핵문제가 근본적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의 적대와 불신의 산물인 데다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가 은연중 작용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 가까워지면서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4차 핵 실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경고가 과거와는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6자회담 핵심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대북 경고 수위가 과거에 비해 더욱 강경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9월 16일 “북한의 핵위협을 끝내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경제 제재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경제)제재 이상의 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도 북핵문제에 관련해서만큼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2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정세 긴장을 초래하는 그 어떤 행위에도 반대한다”며 “중국은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왕이(王毅·사진) 외교부장도 지난 9월 19일 베이징에서 열린 9·19 공동성명 발표 10주년 기념 세미나(2015.9.18~19)에서 장거리 로켓 발사 및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북한을 겨냥하여 “동북아 평화와 안정이란 대국(大局)을 어지럽히려는 어떤 생각이나 행동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6자회담 구성원은 유엔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한반도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그 어떤 새로운 행동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는데, 이는 대북 ‘경고 메시지’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러시아 역시 지난 9월 14~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59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167개 회원국 명의로 북한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결의에 참여했다. 당시 결의는 “영변 시설 등에서 핵 활동이 진행 중이며 이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면서 북한에 대해 핵 증강 정책 포기, 9·19 공동성명 및 안보리 결의 의무 이행, 핵물질 생산을 위한 일체의 활동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9월 21일에는 푸틴 대통령 측근으로서 러시아 외교·안보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안보회의 서기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위협과 관련하여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는 6자회담에서의 기존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구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즉, ‘한·미·일·중·러 대(對) 북’의 대립구도로 변모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변화에 민감해야 할 것이며, 주변 4대 강국과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외교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 당국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꾸준히 설득하는 데도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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