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노
▲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유난히 자신의 뜨거움을 과시하던 올 여름 폭염이 요 며칠새 기세가 많이 꺾였습니다. 높고도 파란 하늘과 뭉개구름, 낮에는 여전히 뜨겁지만 밤과 새벽 기온은 뚝 떨어져 제법 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렇듯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이 세상에서 믿을 수 없는 건 오직 우리 인생들의 심사 뿐, 우주의 궤도를 달리는 시간은 언제나 성실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저의 이번 휴가는 별로였습니다. 처음부터 무슨 큰 기대를 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황당한 <방북신청서>가 접수되고, 통일부의 호의적인 반응도 뜻밖이어서 일말의 가능성이 없지 않았는데 졸지에 목함지뢰 폭발로 신의주행이 날아가더니 차선의 <부산에서 고성까지>도 동해로 북상하는 태풍 <고니> 때문에 불발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세월의 강은 무심히 흐르는데 그 물결을 따라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제대로 살펴볼 겨를도 없이 그저 노 젓는 수고에만 골몰하다 어느덧 황혼을 맞게 되는 게 우리 인생이 아닌가 싶어 조금은 쓸쓸함이 느껴지는 여름의 끝자락.

사실은 이런 공허감과 허무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믿음인데, 육신은 비록 이 땅에 살지라도 그 심령 속에 하늘의 영을 품고 사는 것, 늘 아쉽기만 한 오늘의 자리에서 내일의 꿈을 키우며 사는 기쁨이 다름 아닌 믿음입니다. 오늘 설교의 본문을 발췌한 히브리서 11장의 말씀처럼 <바라는 것들의 실상,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가 바로 그것입니다. 따라서 믿음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가 곧 내 것이기에 비록 가진 돈이 없다 해도 진정 풍요한 자가 되며, 도리어 욕심껏 살았던 지난 세월들이 가난한 삶이었음을 퍼뜩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더 가짐>과 <많이 가짐>으로부터 자유하기 전까지는 언제나 하나님이 홀로 외로우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이 온갖 탐욕에 절어 거칠고 황폐하므로 하나님이 아무런 대화의 상대도 없이 마냥 깊은 고독 속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나님과의 교제를 무시하고 오로지 자기의 힘으로만 이 세상 모든 것을 차지하겠다고 허우적거리다 육신은 실제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일찍 노쇠하고 영혼은 늘 기진한 채로 시들어 가고 있는 게 바로 우리 인생이 아닌가 합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집니다. 한 인간의 진실과 만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순수한 사랑입니다. 그렇지 않은 한 그 누구와의 관계도 우리는 영원한 <겉돌기>로 그칠 것입니다. 만남의 진정한 감동이 없는데 어떻게 진실한 교감이 이뤄지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서로에게 타인이며 늘 <지붕 위의 한 마리 참새처럼>(시 102:7) 외로울 뿐입니다.

이제 우리는 끝없는 탐욕의 추함과 결별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인간의 내면에 담긴 가장 밝고 아름다운 빛, 즉 사랑을 발견하는 기쁨을 새롭게 배워야가야 합니다. 또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애타는 사랑에 뜨거운 가슴으로 응답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멸시하는 터무니없는 자가 아니라 그 사랑의 감격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겸손한 자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모쪼록 넘치는 하나님의 사랑을 위해 보다 풍성한 결실을 준비하는 생명 가득한 영혼이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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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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