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향순 선수와 함께 양궁 트로이카라 불리며 양궁 1세대를 열었던 전 양궁 국가대표 박영숙.
1979년과 1983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 1983년 아시아선수권 6관왕. 2005년부터 세계 양궁연맹 국제심판으로 활약, 승승장구하던 그녀가 2014년 돌연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로 향했다. 아프리카 말라위 소년들에게 양궁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말라위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라
말라위는 인구의 14%가 에이즈로 고통 받고 있으며 1000명의 아동 중 110명이 5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는 나라다. 전기와 수도 등의 사회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며 질병 치료는 고사하고, 하루 한 끼를 먹기도 어려운 형편이기도 하다.
이렇게 먹을 식량도 부족한 상황에 양궁 장비가 있을 리 만무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가 비일비재하다.
표적판을 만들 때도 그런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말라위 주 작물인 담배줄기를 쌓아서 표적판을, 한국에서 공수해온 달걀판과 폐지 등을 넣어서 과녁을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세계 유일의 담배 줄기 과녁이다.
초등학생 수준의 말라위 국가대표 양궁 선수단, 세계 대회를 가다
아프리카 최빈국으로 손꼽히는 말라위에 양궁 국가 대표 선수단이 꾸려졌다. 10대 소년 존, 마크, 알레네오, 오스틴. 그 중에서도 세계 대회의 기준 거리인 70m를 쏠 수 있는 선수는 단 세 명이다.
세계 선수들 대부분이 50파운드를 쏘는데 비해 이들은 고작 32파운드의 활을 쏘는 실력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생 수준이란다. 이렇게 이제 막 걸음마의 실력을 가진 말라위 국가대표 선수들이 원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바로 세계 대회인 2015년 터키에서 개최되는 양궁 월드컵 대회에 나가기로 한 것이다.
각축전을 벌인 가운데, 알레네오와 마크 말라위의 국기를 가슴에 붙이고 세계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박영숙 감독, 1년만 봉사하자던 땅, 말라위에 애정 갖게 된 이유는...
말라위행이 박영숙 감독에게 쉬운 길은 아니었다. 말라위 봉사를 앞두고 박영숙 감독은 중증 대장무력증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을 하게 됐다. 청전벽력 같은 일이었다. 대장의 대부분을 잘라내야 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 가족은 물론 지인들까지 반대하던 말라위 행이었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어 박영숙 감독은 아픈 몸을 이끌고 말라위로 떠난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말라위에서 박영숙 감독은 어머니의 부고를 듣게 돼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거기다 대회를 앞두고 있어 장례에 참석도 하지 못했다.
이토록 어려운 상황에서 찾은 말라위였다. 박 감독이 1년 만 봉사하자 마음먹고 온 말라위에 이토록 애정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열정에 무한한 애정을 갖게 됐다고 박영숙 감독은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단순한 물질적인 지원이나 일회적인 도움이 아닌 스스로 일어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자립의 씨앗이 되어주는 것이 진정한 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