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공립대가 사실상 강제로 징수해 논란이 됐던 기성회비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가운데 소송을 진행했던 주체와 국공립대 학생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대법원은 24일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서울대 등 7개 국·공립대 학생 3860여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은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경상대, 공주대, 공주교대, 창원대 등 8개 대학교 학생 4219명이 2010년 11월 각 학교 기성회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1심 선고 이후 창원대와 학생들은 항소하지 않았다.

1·2심은 모두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 학생들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하자 학생들 반발이 거세다.

이번 소송을 주도적으로 진행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김한성 의장(전남대 총학생회장)은 "어이가 없는 판결이다. 원심을 깬 이유 중에 하나가 학부모들이 인지하고 냈다는 것인데, 학생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강원대가 패소한 일이 있어 영향이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1·2심에서 승소해 대법원에서도 승소할 것으로 봤다"며 당혹스럽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또 다른 한대련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미루다가 이제와서 갑자기 파기환송을 한 것은 도망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000~4000명 학생들의 바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과 함께 성명을 발표하는 등의 대처를 할 계획이다.

전남대 총학생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 기상천외하고 어처구니 없는 판결이다. 우리는 단 한 번도 학교나 기성회 측에 기성회비의 사용처 혹은 왜 의무금인지에 대해 고지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은 너무 정치적이다. 기성회비 대체 법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대법원 판결을 미뤄왔고, 지난 3월3일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일원화하는 '국립대학의 회계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이제 와 어처구니 없는 판결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김한성 전남대 부청학생회장은 "대법원에서 승소하더라도 기성회비를 돌려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사실 돈을 돌려 받자는 것보다 정부에서 국공립대 재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던 것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지라고 소송을 시작한 것"이라며 "이런 판결이 나와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주무열 총학생회장은 "한대련의 소송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따로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진행했다"며 "기성회비가 교육적으로 썼다고 하더라도 그런 형태로 걷었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기성회비라는 명칭이 기부금인데 그것을 강제로 징수한 것은 말이 안된다"고 전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른 기성회비 반환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의장은 "비슷한 소송을 한 사람이 2만5000명에 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소송단을 꾸려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냈던 방송대 신(新) 기성회의 강동근 회장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며 "대법원 판결이 이렇게 나온 이상 우리는 일반 국립대와 비교해 국고 지원을 적게 받으면서 학생들이 기성회비 바가지를 썼다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주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바꿔 잡아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기성회비가 교육적인 부분에 다시 쓰인 다는 것에 동의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현재 기성회가 가지고 있는 회비 등을 정리해 대학회계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측은 "기성회는 남아있으나 2012년에 기성회비를 폐지했다. 도의적으로는 기성회비를 돌려주는 것이 맞겠지만, 기성회비를 받아서 다 소진한 상황이라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와도 지급 능력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립대 기성회는 1963년부터 52년간 사립대학 교직원과의 보수 격차 완화, 교직원의 교육·연구 성과 제고 등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교직원에게 기성회회계에서 각종 급여보조성경비를 관행적으로 지급해 왔다.

사립대는 1999년부터 폐지됐지만 국립대는 기성회비를 계속 받아왔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기성회비적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