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9일 오후 6시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이 반으로 나뉘었다. 둥그런 폴리스라인 안에서는 퀴어문화축제가 열렸고 잔디광장 밖에서는 기독교 단체들이 동성애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둘 사이는 경찰들이 가로막아 섰다.
올해로 16회를 맞는 퀴어문화축제가 서울 중심가에서 열리자 기독교단체들의 항의도 한층 더 격렬해졌다. 이들은 이날 서울시청, 덕수궁, 청계천광장 등에서 반대집회를 12시간동안 진행하며 동성애 반대를 외쳤다.
예수재단 소속 회원 200여명은 오후 5시께 퀴어축제 무대 설치를 가로막겠다며 집회장소인 서울시청을 이탈해 행진하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예수재단은 퀴어축제 참가자들을 향해 일제히 "회개하라"를 외치며 "동성애가 나라를 무너뜨린다"고 주장했다.
이날 경찰은 참석자간 충돌을 염려해 경찰병력 12중대(약 980명)를 투입했다.
축제 주최 측 역시 메르스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유튜브를 통한 생중계를 공지하며 사람들의 참석을 자제한 덕에 심각한 대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오후 9시부터 시작된 개막식은 서울시 인권위원회, 종교계, 시민단체, 미국,영국, 프랑스 등 12개국 대표 관계자들의 축사와 성소수자들의 공연 등으로 이뤄졌다.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근거없는 유언비어로 성소주자들을 비정상적이고 타락한 존재로 몰아가는 것은 범죄와 차별을 합리화하는 것이다"며 "퀴어축제는 억압적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자유와 평등, 존엄을 주장하는 시간이다. 다양성 공존하는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자캐오 신부도 "사회적 소수자였던 예수 역시 차별과 배제와 싸우다 죽었다"며 "독특하면서 보편적인 것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다. 성소수자분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축복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축제에는 200여명(경찰추산)이 참석했다.
퀴어축제는 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 이태원 파티, 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의 불교 성소수자 초청법회, 18~21일 퀴어영화제, 21일 퀴어퍼레이드로 이어진다.
퀴어퍼레이드는 당초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을지로~청계광장 등으로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기독교단체들의 집회신고가 먼저 이뤄져 대치상황을 염려한 경찰에 의해 집회 허가가 불허됐다.
주최측은 진로변경을 해 퍼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