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와 밀접 접촉한 격리자들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스로 촉발된 국가적 위기 국면은 이미 정부의 방역 역량을 넘어선 상태다. 따라서 국민 개개인의 협력 없이는 해소가 불가능하다고 정부당국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보건복지부가 8일 밝힌 국내 메르스 환자는 총 87명이다. 하루 사이 23명이 추가됐다. 사망자도 1명 늘어 메르스로 인해 숨진 환자는 총 6명이 됐다.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인 감염 의심자가 76명이나 돼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보건당국이 관찰 중인 격리자 수도 2361명에서 147명 늘어난 2508명이 됐다. 이중 93.7%인 2350명이 자택 격리자다.

환자만 87명에 달하고 격리 대상자도 2500명이 넘어 정부의 방역 체계가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자가 격리자의 도 넘은 행위들이 잇따르면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방역체계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사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전북 순창의 한 정형외과와 내과 의사 2명이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으로 확인돼 격리 대상자로 분류됐는데도 지난 6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가 7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형외과 의사인 A씨는 환자를 진료한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격격리 대상자였고, A씨의 부인이자 내과 운영자인 B씨는 환자와의 직접 대면은 없어 일상 격리자 상태였다.

또한 서울 강남에서 자가격리 중이던 한 여성도 일행 15명과 전북 고창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 경찰의 위치추적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여성은 골프장 클럽하우스 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여성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자가격리가 해제된 상태는 아니었다.

경기도에서 자가격리 하던 20대 남성도 자신의 주거지인 전북 김제에서의 격리를 요구하다 스스로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남성은 본인의 승용차를 이용해 김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보건당국의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해야 하는 K(27)씨가 메르스 검진을 받았다는 거짓말로 경찰 출석을 회피한 일도 벌어졌다.

보건당국의 늑장 조치로 울릉도 관광을 떠났다가 뒤늦게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사례도 있다. C(56·여·대전)씨는 환자가 발생한 대전의 한 병원에 다녀온 후인 6일 강원 강릉시에서 309명이 탑승한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를 방문했다. 뒤늦게 울릉도에 간 사실을 파악한 보건소는 C씨를 찾은 뒤 강릉으로 이송하려 했지만 여객선 선장이 C씨의 승선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2차 유행의 온상이 된 삼성서울병원에 다녀간 뒤 6월3일부터 당국의 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던 76번째(75·여) 환자도 서울의 대형병원 2곳(강동 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을 돌아다녔다. 이 시기는 발열 증상이 나타난 뒤라 보건당국의 이 곳에서 노출된 390여 명을 환자 접촉자로 추가 분류하기에 이르렀다.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려면 국민 스스로가 격리 수칙을 지키고 의심 증세 발현시 보건당국에 서둘러 신고하는 의식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권덕철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이날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었던 76번째 환자가 2곳의 병원을 거쳐간 과정에서 혹시 추가 전파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이 (병원 간 감염)부분은 굉장히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자가격리 대상자는 지침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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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격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