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8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병원 명단이 공개된 것을 두고 뒷북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아쉽지만 사태 해결을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정부가 메르스 환자 발생 및 경유 병원 명단을 일반에 전격 공개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통해 메르스와 관련된 정보를 가급적 모두 공개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바 있다"며 "어제 발표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지시에서 명단 공개까지 나흘 간의 시차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병원 명단을) 발표해야 한다는 대통령 말씀이 있었고 준비사항이 있었을 것"이라며 "발표를 예상해서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민 대변인은 이어 "지난 3일 말고 (5일에)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하셨을 때도 재차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한다"고 언급했다.
첫 확진자가 나오고 18일이 지나서야 명단 공개가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무슨 사건이든지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면서도 "지금 정책이라든가 우리의 주안점은 이 사태를 어떻게 빨리 해결하느냐에 역량을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국민불안 해소를 위한 모든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강조한 바 있으며 5일 메르스 환자 국가지정 격리병상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필요한 정보는 매일 국민들께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3일 긴급점검회의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병원명 공개에 부정적 입장을 취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회의에 민간 전문가로 참석한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현재까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그 안에서 전파된 병원은 두 곳"이라며 "나머지는 메르스 유행과는 무관한데 병원명이 공개되면 이곳은 위험하다고 해서 가지 말자고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메르스 환자들이 안전하게 격리 치료하는 병원이 오염병원으로 오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리핑에 함께 한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확진환자) 30명 중 25명이 1개 병원에서 발병된 것이고 그 병원은 폐쇄돼 있다. 다른 병원은 (환자가) 1명 정도 꼴"이라면서 명단 공개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민 대변인은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직후에 상황에 대한 인식들을 서로 다듬고 그러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메르스 대응을 위해 당청 간 협의가 원활히 진행돼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와 관련해서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한편 민 대변인은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취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현재 일정 변경과 관련해서 따로 발표할 부분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메르스 대응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미국 순방까지 연기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오는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열릴 예정인 기념행사와 관련해서는 "아베 총리가 참석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일본 정부의 어떤 인사가 도쿄 행사에 참석할지 여부와 관련해서 일본측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은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행사에) 우리 정부의 참석 계획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서울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우리 정부 인사가 참석하는 것도 현재까지 검토 중에 있다"고 부연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날부터 시작되는 데 대해서는 "지난달 20일 후보자를 발표할 때 청문회가 신상털기식이 아니라 업무수행능력 검증에 방점이 찍히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조속히 임명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