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농약을 타 내연남을 살해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18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40대 여성에 대해 대법원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주부 박모(49·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피해자의 만취 상태를 이용해 농약을 마시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평소 주량을 고려하면 만취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는 평소 농사일을 했으므로 그라목손(제초제) 농약의 색깔이나 냄새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인데, 생선 썩는 독한 냄새가 나는 데다 진초록색을 띠고 있는 그라목손 농약을 술로 착각하고 마신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술에 취한 나머지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마셨다고 해도 소량을 마셨을 수는 있지만 한 번에 마시기 어려울 정도인 100㏄를 마신다는 것은 일부러 마음을 먹은 게 아니라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음독 이후 여러 차례 진술하면서 단 한 번도 박씨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며 "박씨가 피해자를 살해한다고 해도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경제적인 이유 역시 범행의 동기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씨로서는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에서 범행을 저지를 경우 곧바로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만약 박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면 오히려 별도의 은밀한 장소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박씨는 2013년 11월4일 내연관계였던 피해자 A씨와 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A씨의 술잔에 그라목손 농약을 타서 마시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사건 당일 박씨와 A씨 이외에 다른 제3자의 출입이나 개입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박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본관 중앙화단에 있는 '법과 정의의 상'(엄태정 서울대 미대 교수 作)이라는 조형물. 외곽 원의 수직 상승구조는 한국적 법과 정의의 상징인 해태의 뿔과 꼬리를 주된 조형요소로 도입한 것으로서 법의 엄격성과 존엄성을 나타내고, 내부 반원의 수평구조는 저울을 조형화한 것으로 법의 형평성 및 사랑과 보호를 표현했다. 그 뒤로 자유 평등 정의라는 글씨가 또렷하다   ©뉴시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남편독살무죄 #독살무죄 #내연남독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