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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되레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따라서 비정규직 보호에 힘쓰는 것보다는 제3의 고용형태를 활성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제3의 고용 형태는 정규직보다 고용보호의 정도가 약하지만 비정규직보다는 높은 임금을 받는 고용형태를 말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노동시장의 인적자원 배분기능 효율성'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대일 KDI 겸임연구위원 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이 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연한을 규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정규직 확산을 억제하는 정책은 정규직 고용을 증대시키기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계약갱신이 비효율적으로 거절되는 양상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연장토록 하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 대책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노동계의 지적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이 비정규직 양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정부의 해명이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국책연구기관에서 반박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29일 기간제 사용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을 통해 노동자가 4년간 해고 불안 없이 근무하면 업무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KDI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보호 수준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정규직 고용보호 강화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인적자원 배분기능이 비정규직에 집중되는 양상이 관측됐다"고 지적했다.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 완화가 쉬운 만큼 비정규직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려는 시도가 양극화에 따른 심각한 사회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KDI에 따르면 산업별 노동수요 증가가 고용 확대로 연결되기보다는 해당 산업 내 임금인상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으며, 고용은 늘지 않고 생산요소로서 자본의 투입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같은 노동시장의 경직화가 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KDI의 시각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를 위해서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을 완화하는 한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특히 고령화 추세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로 노동력을 생산성 변화에 대응해 신축적으로 재배분하는 기능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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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