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이라 불리던 어머니,
‘니 교회가 그리 가고 싶나?’
“여름 수련회 가서 3박 4일 동안 딱 한가지만 기도했어요. ‘종교의 자유’를 달라고요. 종교의 자유를 주시면 제 삶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서원했죠(웃음). 집에 오니 가족이 다 모여서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교회 수련회 다녀 온 것은 이미 알고 계셨고, 이제 일 나겠다 싶었는데 어머니께서 물어보셨어요. ‘니 교회가 그리 가고 싶나?’”
의외의 질문이었다. ‘보살’이라 불릴 정도로 독실한 불교신자에, 천일불공으로 아들 3형제를 낳은 만큼 다른 종교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 집안에서 자란 늘푸른장로교회 김기주 목사. 본격적으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중 3때부터, 형님들에게 얻어 맞는 것은 기본이고 불태워진 성경책만 해도 열 권이 넘을 정도로 온 가족은 그를 핍박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교회 수련회를 다녀온 그에게 이렇게 질문한 것이다.
‘네 다니고 싶습니다’
‘그럼 차라리 목사를 해라’
김기주 목사는 지금까지도 그때 어머니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나님께 교회만 다니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단김에 쇠뿔도 뺀다고 아예 목회자로 길을 활짝 열어 보여주셨다. 그 이후 그는 한번도 목회자의 길에 대한 흔들림이 없었다고 한다. 곧바로 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그리고 미국유학까지 직행이었다.
예배당 들어서니 고향집 돌아온 듯 밀려오던 평안함
중학생 때 운동하러 오라는 친구 따라 교회에 왔다 저녁에 드려지는 수요예배에 참석하게 된 김기주 목사는 왠지 모를 평안함과 기쁨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더 어릴 적에 예배를 한번 드려본 것이 당시 신앙생활의 전부였지만, 예수님에 대해 들었던 설교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그의 가슴 깊숙이 씨앗은 심겨져 있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 중학생 때 다시 찾은 교회는 ‘고향집’처럼 편안했다. 이후 지금까지 주일성수는 빼먹지 않고 있다.
“신학대를 다니면서 집에서 전혀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사역을 시작했어요. 절박하게 신앙생활을 시작한 만큼 ‘절박함’은 제 목회의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전도사 시절까지 짧게 보면 15년, 길게 보면 20년 동안 숨가쁘게 사역하다 보니 이제 좀 쉬면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됐죠.”
리버티신학대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목회는 놓지 않았다. 협동목사로 1년간 사역하고, 버지니아 열린문장로교회에서 2년 8개월 동안 전도, 중보기도, 새가족을 맡아 부목사로 사역했다. 이 기간은 이민목회를 배우고 내면을 다지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떠밀리듯 내려온 애틀랜타에서 들려주신 아버지의 음성
이제 한참 이민목회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을 즈음 애틀랜타에서 갑작스런 청빙제안이 들어왔다.
“갑작스런 청빙에 기도부터 했어요. 담임목회를 준비해온 것도 아니고 부목사로 사역하던 교회가 성장하고 있던 터라 도저히 빠질 상황이 아니었어요.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독수리 날개 아래 저와 늘푸른교회 성도들을 모아주시는 환상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나님 은혜의 날개 아래서 정처 없이 떠도는 성도들을 모아야겠다, 뭘 할지 모르겠지만 거기 머물러야겠다는 마음을 주셨어요. 부랴 부랴 백지상태로 내려왔죠.”
늘푸른교회 부임 당시 그를 아끼는 선배 목회자들과 지인들은 한사코 만류했다. 한번 힘들어진 교회는 지지부진 시간만 끌다 결국 2-3년 정도 지나면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김 목사는 ‘그것은 사람의 생각이지 하나님의 뜻은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왜 저를 떠밀리듯 이곳으로 보내셨을까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어요. 새벽에 기도하면서 ‘왜 저를 이곳에 보내셨나요?’라고 묻곤 했죠. 갑자기 부임하게 된 만큼 저에게 어떤 목회 계획이나 비전이 없었어요. 백지상태 였고, 성도님들에게도 다시 하나씩 함께 그려나가자고 제안했어요. 처음부터 제가 어떤 비전이나 사역을 이야기하기보다, 성도님들의 마음을 헤아려드리고 공감하고 공유해가면서 하나 둘 문제가 해결됐죠.”
김기주 목사는 이민교회에서 10년이 걸려도 다 경험하지 못할 것을 지난 2년간 경험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기도하면서 지금까지 신앙여정 가운데 가장 많은 하나님의 위로와 음성을 체험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감사를 마지 않았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아픔 딛고 일어선 늘푸른교회
47세 젊은 담임목사와 새로운 시작을 다짐한 성도들은 하나 둘 아픔을 딛고 뭉치기 시작했다. 특히 30-40대 젊은 세대들이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지금도 늘푸른교회 식당은 갓난 아이부터 고만 고만한 아이들을 이끌고 나온 젊은 엄마들의 몫이다. 청소나 여러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아픔을 이겨내고 세워진 성도들은 뿌리가 깊어졌다.
이제는 내면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교회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해 김기주 목사를 주축으로 유스그룹 아이들이 다녀온 남미선교를 시작으로, 올 해는 32명의 팀이 멕시코 티지민 인근으로 선교를 다녀왔다. 현지인 교회 4곳과 연계한 이번 선교는 늘푸른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지난 해에는 무작정 아이들을 데리고 멕시코를 다녀왔어요. 그렇게 선교의 불씨를 심었고, 계속 기도하는 가운데 남미 선교사님 아들이자 선교의 열정을 가진 전영협 집사님을 교회로 보내주셔서 올해는 한층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선교를 다녀오게 됐습니다. 구제사역과 안경사역, 미용사역 등을 진행했고 몸이 아픈 분들을 위해 안수기도를 통한 치유사역도 병행했죠. 또 현지인과 짝지어 가가호호 노방전도, 여름성경학교, 저녁집회 등을 통해 복음전도 활동도 했어요. 현지 목회자들조차 놀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매 집회 때마다 몰려와서 선교팀뿐만 아니라 현지 목회자들도 도전 받고 은혜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떠나는 날 다음에 또 언제 올 거냐고 아쉬워하고, 계속 연락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선교팀장 전영협 집사는 “티지민 지역에서 한국인 단기선교팀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면서 “첫째 날 자동차를 빌려 동네마다 다니면서 스피커로 복음을 전하고 있었는데, 현지 방송국에서 찾아와서 인터뷰를 해달라고 해서 갑자기 방송출연까지 하게 됐다. 이런 외진 곳까지 와서 섬기고 도와주는 것을 무척 고마워하더라. 한마디로 그 지역이 우리 때문에 좀 시끄러워 진 것이다(웃음)”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단기선교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꿈을 정립해가는 것이 또 다른 기쁨이자 보람이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성도들 역시 선교보고를 듣고, 선교를 다녀온 팀원들의 간증을 통해 도전 받으면서 복음의 능력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고 있었다. 이제 불이 붙은 것이다.
교회의 비전 ‘선교와 지역구제’
늘푸른교회는 안팎으로 변화되고 있었다. 지난 2-3년간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교회 체질이 개선되고 있고, 젊은 목사의 부임 이후 30-40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영어권 대학생 그룹이 생겨 35명 가량 모이고, 유스그룹은 60명을 헤아린다. 장기적으로는 ‘한 지붕 두 교회 모델’로 한 교회 안에 한어권과 영어권을 독립된 교회로 만들어 서로 배우고 협력하지만 각자의 사역을 존중하는 체제로 갈 것이라고 김기주 목사는 밝혔다.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 선교와 구제에 더욱 초점을 맞춰 나갈 것입니다. 이것이 교회의 사명이기도 하고요. 현재는 교회 앞길을 카운티로부터 입양해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선교와 구제를 하기 위해 내부적인 역량이 모여야 하고, 이를 위해 큐티 사역과 40일 성경탐구, 1:1 제자사역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세가지를 통해 기본이 잡히면 제자훈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흥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 처음 담임목회를 하는 만큼 부흥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김기주 목사는 ‘급성장보다 한 계단씩 올라가는 교회되길 바란다’고 정답을 내놨다. 그가 부목사로 섬겼던 버지니아 열린문장로교회 역시 10년간 전 성도가 5-600명 선에 머물다가 불과 지난 5년 사이 3천명 교회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일 것이다.
“부흥은 하나님께서 교회에 가장 필요하다고 하시는 그 순간에 부어주신다고 믿습니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니까요. 우리 교회를 어떻게 쓰실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하나님 쓰시기에 합당하게 준비된 건강한 교회라면 그 때가 언제든지 반드시 쓰실 것이라 믿습니다. 먼저는 건강한 교회가 되는 것이 당면과제입니다.”
늘푸른장로교회는… ‘건강한 성도, 건강한 공동체, 건강한 헌신, 건강한 사회’라는 4대 비전을 갖고 ‘하나님께 바르게 예배하며, 배움과 가르침을 통해 참된 인간성과 행복한 가정을 회복하여 건강한 그리스도인으로 지역을 섬기며, 세계 복음화에 헌신하도록 돕는다’는 영구적인 미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예배는 주일 1부 오전 9시 15분, 2부 오전 11시에 드리며 중고등부 예배 역시 주일 오전 11시에 드려진다. 이외에 수요여성모임 오전 10:30-12시, 큐티학교(남성) 토요일 오전 7시, 수요예배 오후 8시, 금요중보기도모임 오후 8시 등에 드린다.
주소는 401 Main St. Suwanee GA 30024, 문의는 770-271-3422, 홈페이지 www.evergreenat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