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 지도자들과 기독교 지도자들이 24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대학살 100주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여 추모 행사를 가졌다.
아르메니아 수도인 예레반에 건립된 추모비 앞에서 거행된 의식에는 세르즈 사르키시안 아르메니아 대통령과 정교회 지도자들뿐 아니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울라프 퓍세 트베이트 세계교회협의회(WCC) 전 총무 등의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1915년과 1917년 사이 오토만 제국은 150만 가량의 아르메니아인들을 학살했으며, 오늘날 많은 나라들이 이를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토만 제국을 계승한 터키는 이를 아르메니아인들에 대한 학살로 인정하지 않으며, 아르메니아인들의 반란으로 많은 수의 터키인들 역시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해 왔다.
터키 정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달 초 미사에서 아르메니아인들에 대한 학살을 "20세기 최초의 대량학살"이라고 규정했을 때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터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황의 발언을 "터무니없다"고 비판하고 바티칸 대사를 소환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24일 추모식에서 트베이트 전 WCC 총무는 연설을 통해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아르메니아 정부와 정교회에도 위로를 전달햇다. 그는 "오늘 우리는 150만여 명의 희생자들, 어린이들과 여성들, 남성들 모두를 추모하고자 모였다. 또한 오늘 폭력과 전쟁의 시기에 목숨을 잃은 수많은 아르메니아 정교회, 칼데아 정교회, 앗시리아 정교회, 시리아 정교회, 그리스 정교회 등 모든 기독교인들을 추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유대인들에 대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듯 다른 모든 대학살 역시 기억할 것"이라며, "희생자들은 모두 하나님이 창조하신 형상을 따라 존엄성을 가진 자들이었으며 가족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던 자들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절대 이들을 잊지 않으신다"고도 강조했다.
WCC 대표단은 앞서 22일부터 예레반에서 아르메니아 대학살과 관련된 추모 행사들에 현지 정치와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참석해 왔다. WCC는 특히 지난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총회에서도 회원 교회들에 아르메니아 대학살 100주년 추모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WCC 대표단은 23일 아르메니아 정교회 카레킨 2세 총대주교가 집전한 대학살 희생자들에 대한 시성식에도 참석해 연대감과 지지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