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18일 '세월호참사 범국민대회'에서 차벽을 미리 설치하는 등 과잉 대응했다는 논란에 대해 19일 반박했다.
경찰청 박재진 대변인(경무관)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집회 참석자들이 태평로 길을 먼저 점거하고 달려 나왔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차벽을 설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로 인간 띠를 잇겠다는 것이 집회의 기본적인 방향으로 파악해 대응했다"며 "집회 도중에 갑작스럽게 도로를 뛰어나와서 청와대 쪽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급박한 위험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하기 전인 오후 1시께 차벽이 미리 설치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차벽을) 준비는 했지만 설치를 미리 한 적은 없다"며 "오후 4시30분 이후 시위대가 차도로 집단 진출을 시도했을 때,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뛰어오고 뒤에 시위대가 따라올 때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상을 입은 경찰관과 파손된 장비에 대해서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키로 했다. 경찰 측에 따르면 경찰버스 등 차량 71대가 파손됐고 그 중 운행 불능인 차량이 7대다.
경찰은 "국민대책회의가 총 주관을 했지만 다른 단체들이 연합해서 한 집회라서 분명히 말하기 어렵다"면서 "이전에도 (집회 시위대에 대해) 민사상 손해 배상한 적은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서울지방경찰청과 15개 지방경찰청에 각각 수사본부,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이번 불법폭력시위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를 색출해 내기로 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 등 석방 또는 훈방 조치된 인원을 제외한 연행자 70여명에 대해서도 엄중히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날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하다 유족 21명을 포함해 총 100명(남성 77명·여성 23명)이 연행됐다.
이날 집회 참가자와의 충돌로 총 74명(경찰관 24명·의무경찰 50명)이 다쳤다. 이중 35중대 의경 3명은 시위대의 메가폰에 맞아 왼쪽 귀가 3㎝ 가량 찢어져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여기에 차벽의 바퀴를 쇠꼬챙이로 찔러 구멍을 내거나 유리창을 깨부수는가 하면 컬러 스프레이로 낙서하는 등 총 71대의 경찰 차량을 파손시켰다. 캠코더 4대와 무전기 22대 등 32개 장비 총 368점도 빼앗거나 망가뜨렸다. 물적 피해액만 수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게 경찰 측 추산이다.
박 대변인은 "경찰이 세월호 1주기 기간임을 감안해 최대한 성숙하고 차분한 추모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했음에도 불법폭력시위로 많은 시민들에게 교통 불편을 초래하고 부상자를 발생케 한 데 대해 엄정히 대응키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