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경기 안산 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지만 유가족들의 거부로 조문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희생자 유가족 등은 16일 오전 8시40분께 분향소를 찾은 총리를 막아서고 "시행령 폐기와 선체 인양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국무총리 자리에 있기 때문에 말씀 못 드린다. 인양에 대해선 절차를 밟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고, 양 측은 20여분 간 대치했다.
유가족은 "시행령 폐기와 인양에 대한 총리 개인의 소신을 듣고 싶다"고 재차 촉구했지만, 이 총리는 "울고싶어도 울지 못하고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는 게 총리의 직책"이라며 끝내 유가족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오히려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에 대해 '폐기'라는 말은 옳지 않다"며 "대신 유가족이 원하는 바가 반영되도록 수정보완하겠다"며 시행령 폐기에 대한 선을 그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총리님께 죄송하지만 희생된 아이들이 그런 대답을 원하진 않을 것 같다"며 이 총리의 조문을 거절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오전 8시30분께 분향소를 찾은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당직자 80여명에 대해서도 시행령 폐기와 선체인양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요구했다.
문 대표 등은 "정부가 내놓은 입법예고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선체인양에 대해서도 오늘 오전 국회에서 '온전한 선체인양을 위한 결의안'을 처리하기로 했다"며 5분여 동안 유가족들을 설득한 뒤에야 분향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