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0만달러를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76)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990년대에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던 지역화합 모임 '한가람회'에서 성 전 회장과 함께 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김 전실장은 "성 전 회장과는 2003년께 처음 알았다"고 언론을 통해 공언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활동 전력을 감안하면 그의 해명은 설득력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1990년대 영·호남 화합을 위해 설립된 친목모임이자 민간사회운동모임 '한가람회'의 서울 멤버로 활동했다.
고(故) 신형식 전 건설부장관을 초대 회장으로 설립된 한가람회는 영호남 지역 화합과 청소년 선도에 공감하는 각계 유력 인사들이 몸담았던 곳으로, 1990년대 영향력 있는 주요 단체 중 한 곳이었다.
김 전 실장은 국회의원 시절 지인의 소개로 한가람회에 참여했으며, 서울한가람회 소속으로 안건이 있을 때 모임에 참석하고 회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등 교분을 나눴다.
당시 대아건설 회장이었던 성 전 회장도 1990년대 중반 역시 지인의 소개로 서울한가람회에 발을 들였으며, 서울한가람회 내에서 충청도 출신 인사로서 활동했다.
이들이 한가람회에 몸담았던 1990년대 중반은 고(故) 김창실 선화랑 대표가 한가람회 4대 회장을 지냈던 시기로, 5대 회장인 고건 전 총리 시기까지가 한가람회의 '활동 전성기'로 꼽힌다.
당시 한가람회 소속이었던 정치계 인사 A씨는 "김 대표가 회장을 지내던 시절 한가람회가 굉장히 발전했다"며 "그때와 고 전 총리 회장 시절이 가장 (활동이) 활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한가람회 규모는 100여명 수준으로, 안건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회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눴던 점을 감안하면 김 전 실장이 성 전 회장과 서울한가람회 시절부터 안면을 익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김 전 실장은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김종필 전 총재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며 "2003년께부터 안면을 익혔을 뿐 친교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관해 "한가람회에서 (성 전 회장과) 무슨 큰 교분을 쌓은 일은 없다"며 "내 처가가 호남이기 때문에 영호남을 서로 화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초대 받아 회원을 한 것도 있지만 그것과 이것(1만달러 수수 의혹)을 연관시킬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