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호텔신라와 면세점 사업에 공동 진출키로 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는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합작법인 이름은 'HDC신라면세점(주)'으로 정했다.

아이파크몰은 연면적 28만㎡의 대규모 공간에 백화점과 영화관, 마트, 대형 식당가를 비롯한 기본 쇼핑자원 이외에도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복합 여가시설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대형버스 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면세점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용산 아이파크몰 4개 층에 최소 1만2000㎡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 국내 최대 규모 면세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최대 규모는 1만1000㎡의 롯데월드면세점이다.

이번 사업 합작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쯤 정 회장 측의 제안으로 실무진 간 접촉이 시작됐다. 지난달 말 정 회장과 이 사장이 극비리에 만나 합작사 설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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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회사인 현대아이파크몰을 2020년까지 매출 1조2000억원의 글로벌 쇼핑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며 "첫 단계로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여해 반드시 사업권을 따내겠다. 면세점과 복합쇼핑몰 등 유통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지난 6일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특허심사 평가 기준 및 배점'을 공개했다.

관세청은 면세점 선정 평가 총점 1000점 가운데 '경영능력'에 300점을 배점했다.

사업계획 타당성이나 투자 규모, 경영 상태 등이 심사 과정에서 부각될 수 있도록 경영능력 항목의 배점을 기존보다 50점 높였다고 관세청 측은 밝혔다.

이에 따라 면세점 경영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다.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는 현대산업개발로서는 호텔신라의 운영 능력이, 기존 사업자인 호텔신라의 경우 '독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서로 손을 잡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생긴 일로 뻔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했다. 범현대가와 범삼성가가 뜻을 합친 일이라 주목을 받는 것 같다"며 "현대산업개발과 현대백화점그룹, 그리고 호텔신라와 신세계그룹은 같은 계열이어도 내부 경쟁이 많이 심하다보니 서로를 파트너로 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양사 역시 이번 합작을 통해 아이파크몰의 입지적 강점과 신라면세점의 운영 노하우가 결합된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면세점을 설립해 면세점 사업에 있어 동남아, 일본 등과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번 합작사 설립을 통해 사업자 선정의 중요 평가항목인 경영 및 운영 능력뿐 아니라 입지조건,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까지 심사 기준 모두를 충족하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에 시내면세점이 새로 생기는 것은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기존 사업자의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사안이 아니다"며 "때문에 기존 사업자인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단독으로 참여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그냥 기회를 내려놓기는 아까웠을 것이다. 우회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현대산업개발이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산업개발이 신세계면세점을 택하지 않은 것은 호텔신라에 비해서 면세점 경영능력이 미흡한 것도 작용한 것 같다"며 "신세계면세점이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과도한 임대료를 제시한데다, 주 고객층인 일본 관광객수 감소로 안정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규로 허용되는 3곳의 시내면세점 중 2곳의 대기업 면세점을 놓고 HDC신라면세점을 비롯해 롯데와 신세계면세점, SK네트웍스(워커힐), 현대백화점그룹 등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는 오는 6월 1일까지 접수를 받은 뒤 이르면 7월 중순께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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