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돼 검찰에서 수사를 받아오다 자살한 성완종(64·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유품에서 뇌물을 건넨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지가 발견돼 검찰이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키로 했다.

메모지에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허태열·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허 전 실장과 김 전 실장이 박근혜 정부의 개국공신이자 박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만큼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현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이 친박(親朴)계 실세라는 점에서 청와대 뿐만 아니라 여권에도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 메모지에 친박계 실세들의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1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에 따르면 지난 9일 저녁 서울 강남 삼성병원에서 성 전 회장의 시신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바지 안쪽 주머니에 '김기춘', '허태열' 등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 한 장이 발견됐다.

메모지의 전체 글자 수는 55자 정도로 이름과 금액이 기재된 인물은 5~6명이며 명단에는 유명 정치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자살을 결행하기 전 경향신문과 가진 전화인터뷰를 통해 금품을 제공했다고 밝힌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특히 성 전 회장이 폭로한 액수와 명단에 적힌 액수가 일치하고, 두 사람 중 한 사람에 대해선 금품을 전달한 날짜는 기록돼 있지 않다고 한다.

앞서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김기춘· 허태열 전 실장 등에게 각각 미화 10만 달러,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은 2006년 9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러 독일을 갈 때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미화로 바꿔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 전 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경선자금 7억원을 3~4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은 검찰에서 한 차례 조사받을 당시에는 관련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 혐의에 대해서 일관적으로 부인했기 때문에 다른 내용을 얘기한 건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메모지에 대한 필적 감정을 통해 성 전 회장의 자필이 맞는지 우선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아울러 성 전 회장을 인터뷰한 언론사로부터 통화녹음 파일을 제출받아 분석하는 한편, 성 전 회장 장례절차가 끝나는 대로 유가족과 경남기업측에 수사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을 경우 임의제출받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성 전 회장의 유류품 중 생전에 쓰던 휴대전화 2대를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내역, 음성파일 보관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경향신문 측에서 (성 전 회장 통화녹음파일을) 제출해주면 메모지와 함께 수사 단서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하고, 그걸 보강할 수 있는 다른 객관적인 자료나 진술이 있는지 검토해볼 수 있다"며 "다만 핵심 관련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사안의 진상을 확인하기 어려운 면이 현실적으로 있고, 사안에 따라서 공소시효라는 법리적인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향신문은 이날 오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성 전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3분51초 분량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성 전 회장은 "기업하는 사람들이 권력 핵심이 될 사람들의 얘기 무시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많이 도왔다"며 "내가 직접 줬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자살과는 상관없이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여전히 저희도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는 없다"며 "오늘부터 다시 검찰은 검찰 본연의 사명인 부정부패 수사를 중단 없이 계속해나가겠다. 검찰 전체 입장 대변해서 말씀드린 걸로 이해해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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