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2015.02.17.   ©뉴시스

자원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돼 검찰에서 수사를 받아오다 자살한 성완종(64·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유품에서 뇌물을 건넨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지가 발견돼 검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키로 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 9일 저녁 서울 강남 삼성병원에서 성 전 회장 변사체를 검시하는 과정에서 바지 주머니 안쪽에서 메모지 한 장이 발견됐다.

메모지의 전체 글자 수는 모두 55자 정도로 이름과 금액이 함께 기재된 인물은 5~6명이며 그 중 1명은 구체적인 날짜까지 기재돼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메모지 명단에는 정치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자살 전 한 언론과 가진 전화인터뷰를 통해 금품을 제공했다고 밝힌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성 전 회장이 폭로한 액수와 명단에 적힌 액수가 일치하고, 두 사람 중 한 사람에 대해선 금품을 전달한 날짜는 기록돼 있지 않다고 한다.

이와 관련, 성 전 회장은 자살을 시도하기 전 한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김기춘· 허태열 전 실장 등에게 각각 미화 10만 달러,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은 2006년 9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러 독일을 갈 때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미화로 바꿔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 전 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경선자금 7억원을 3~4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뇌물을 건넨 의혹에 대한 정확한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메모지에 대한 필적 감정을 통해 성 전 회장의 자필이 맞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또 성 전 회장을 인터뷰한 언론사부터 통화녹음 파일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유가족과 경남기업측에 관련 자료의 유무를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경향신문 측에서 (성 전 회장 통화녹음파일을) 제출해주면 메모지와 함께 수사 단서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핵심 관련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사안의 진상을 확인하기 어려운 면이 현실적으로 있고, 사안에 따라서 공소시효는 법리적인 장애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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