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제출된지 72일만에 열린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은 박 후보자가 박종철 사건의 진실을 축소·은폐하는데 가담한 만큼 자진사퇴할 것을 요구했고, 여당은 박 후보자는 수사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며 공세를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은 "박 후보자에게 숱하게 사과를 촉구하고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모두 발언에서도 송구하다는 짤막한 발언이 전부였다"며 "스스로 책임을 방기했다면 비겁한 것이고 추가 가해자의 존재 여부를 몰랐다면 무능한 검사"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박 후보자는 상식적으로 추가질의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입을 다물었다. 경찰이 묻다가 만 질문에 대해서도 확인조차 안했다"며 "사람이 죽었는데 현장검증은 검경 모두 단 한차례도 안했는데 그게 당시 관행이냐"고 몰아세웠다.
그는 또 "물론 말단 검사에 불과했지만 국가 기관의 은폐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진상규명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연행되고 폭행됐던 수많은 대학생과 시민들보다도 소신 없고 양심없는 비겁한 행동"이라며 "대법관으로서 자격을 논할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대법관은 정치적인 것, 진보·보수를 떠나서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재판을 해야 한다. 대법관의 중요한 것은 독립성"이라며 "박 후보자는 검찰 당시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 하는데 오히려 법관은 소신있게 독립해서 재판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박 후보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1차 수사에서 주임검사의 요청에 따라 해당된 분야에서 수사를 하면 각종 업무 지원을 하는 역할을 했다"며 "이 사건 수사에 참여한 신창언 주임검사, 안상수 당시 수사검사, 박 후보자는 공교롭게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승진했다"고 밝혔다.
또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준비하며 검토해 봤으나 병역기피나 위장전입 등 인사청문회에 많이 나오는 5종세트 등 하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박 후보자에 힘을 보탰다.
박 후보자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제 능력이 부족하다고 한다면 그들의 치밀한 조작을 간파하고 파헤쳐서 조기에 진상규명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유족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상황이 있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검사로서 그런 능력이 주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철저하게 입맞춤 한 상태에서 그런 것들을 간파하고 진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검사로서 없었음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 유족이나 국민들께 여러가지 큰 심려를 끼친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여야는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관련 수사 및 공판기록 제출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의원은 "법무부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에 관한 수사 및 공판기록을 직접 와서 열람하라고 했는데 상식적으로 6000페이지가 넘는 것을 하루 만에 열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꼼꼼한 검증이 필요한 청문회에서 야당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밝혀낼 수 있는 자료"라며 "정부가 청문회 자체를 결과적으로 방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전해철 의원도 "자료 제출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문회는 연장돼야 그 실체를 발견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은 일정 연장에 대해 전향적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법적 절차에 따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어제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법사위 소회의실에서 사건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음에도 야당의원은 열람도 안하고 전체기록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