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중개업계 '거물' 이규태(66) 일광공영 회장이 1100억원대 방산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31일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무기 도입 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사업비를 부풀려 1101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이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은 또 이 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 권모(60) 전 SK C&C 상무와 조모(49) 전 솔브레인 이사를 함께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4월부터 2012년 7월까지 터키 하벨산사(社)의 전자전훈련장비(EWTS) 무기도입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권 전 상무, 조 이사와 공모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장비국산화 연구·개발비 등의 명목으로 9617만달러 상당(약 1101억원)의 국고를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EWTS는 가상으로 적군의 레이더를 탐지하고 대공포·미사일 공격 등을 시현해 아군 전투기 조종사를 훈련하는 장비다. EWTS는 통제 및 주전산장비(C2)와 채점장비(TOSS), 신호분석장비(SAS), 위협장비(Threat) 5종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EWTS 도입 방식이 해외 구매로 변경되고 관련 예산이 1억 달러 이상 책정된 사실을 미리 알고, 사업 전부터 권 전 상무, 하벨산측과 범행을 공모했다.
이 회장과 권 전 상무, 하벨산측은 EWTS의 핵심 기술인 C2와 TOSS, SAS를 국산화하겠다며 신규 연구·개발비를 추가했다. 이 때문에 당초 하벨산사가 EWTS 제작 예산을 5120만달러로 책정했던 것과 달리 공급가는 1억3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들은 방사청으로부터 입수한 EWTS 사업 예산 계산식을 토대로 제안대금 설명서 등 관련 비용 자료를 허위로 계상했다.
이어 방사청과 EWTS 가격 협상을 진행하며 조작한 비용 자료를 제출했다. EWTS의 핵심 기술을 국내 협력업체인 SK C&C가 새로 연구·개발하므로 공급 대금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속인 것이다.
방사청은 하벨산측이 직접 공급할 경우 책정한 공급가인 약 5120만달러보다 2배 가까이 부풀려진 약 9617만달러에 EWTS 공급 계약을 맺었다.
방사청을 속인 이들의 행위는 계약 단계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SK C&C가 신규 연구·개발한 것처럼 속여 EWTS관련 장비를 납품했지만, 사실은 하벨산사가 이미 개발해놓은 기존 제품이거나 국내·외 제조업체로부터 싼 값에 구매해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청으로부터 받은 EWTS 공급 대금은 이 회장과 하벨산, SK C&C가 하청·재하청 대금으로 꾸며 나눠가졌다. 이 회장은 하벨산사로부터 무기 중개수수료 55억2000만여원, SK C&C로부터 하청업체 선정 대가 51억6000만여원 등 216억8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단은 SK C&C가 EWTS를 유지·보수할 수 있는 기술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현재 공군은 EWTS의 장비가 고장날 때마다 국내 영세 정보기술(IT) 업체에 수리를 의뢰하고 있다.
한편 합수단이 도봉산 인근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이 회장이 숨긴 방산비리 관련 자료를 무더기로 발견하면서 향후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합수단은 EWTS 사업 관련 서류와 '불곰사업' 등 최근 10년여간 일광공영이 담당했던 방위사업 관련 서류 등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