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산케이신문의 보도를 '허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인 보도였는지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이동근) 심리로 열린 가토 다쓰야(49)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부는 "당일 정윤회(60)씨의 통화 발신 기록과 청와대 경호실 공문, '정씨와 점심을 함께 했다'는 한학자 이씨의 증언 등을 정합해보면 정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고,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는 허위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가토 전 지국장 변호인 또한 변론요지서를 통해 당시 취재가 여의치 않았고 정씨를 취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서는 법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가토 전 지국장 측에 변론의 방향을 달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관련해 '허위'의 입증 책임은 기본적으로 검사가 해야 하는 것"이라며 "입증 책임이 뒤바뀐 소모적인 논쟁 보다는 당시 보도가 한국의 정치 상황을 알리고자 했고, 비방의 목적이 없었으며 이러한 보도가 언론의 자유에 속한다는 취지의 변론에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재판에는 증인으로 채택됐던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최 선임기자는 이번 사건 보도의 단초가 된 칼럼을 쓴 주인공으로 자신의 칼럼과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는 취지가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최 선임기자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는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의 공익성 여부 등에 대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또한 특정되지 않은 주한 특파원 1명을 증인으로 채택해 다음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여전히 정씨 등의 진술에 의혹을 제기하는 가토 전 지국장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8월 정씨의 통화내역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하기로 했다.
다만 가토 전 지국장 측의 청와대 출·입경 기록 및 수·발신내역 열람·등사 신청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박 대통령과 정씨가 모처에서 만났느냐가 쟁점인 만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모든 행적을 밝히겠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가토 전 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인 지난해 4월16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논란이 불거지자 같은 해 8월3일 산케이신문 인터넷 기사란에 "박 대통령이 정씨와 모처에서 함께 있었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2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