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직권남용 및 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측근들을 통해 교육부에 외압을 넣은 구체적인 정황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재임 때 같이 근무했던 이모(61) 전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는대로 소환을 통보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이 직속상관이었던 박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중앙대의 본교(서울)·분교(안성 캠퍼스) 통합, 적십자간호대 인수 등과 관련해 교육부에 부적절한 압력을 넣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대는 2012년 11월 서울 흑석동 캠퍼스와 경기 안성 캠퍼스를 특성화하기 위해 '단일 교지(校地)' 승인을 교육부에 신청했고 같은해 12월 승인받았다.
당시 단일 교지 승인은 두 캠퍼스가 동일한 지방자치단체 내에 위치하거나 20㎞ 이내에 있는 경우에 가능했지만 중앙대 서울과 안성 캠퍼스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는데도 승인을 받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 같은 특혜 의혹이 박 전 수석과 이 전 비서관의 청와대 재직 시점과 맞물리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7일 이 전 비서관 자택에서 압수한 개인수첩과 메모 등 관련 자료에 대한 분석을 끝내는 대로 이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박 전 수석이 교육부에 압력을 넣도록 지시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중앙대 재단법인 회계·경리담당 실무자들을 시작으로 참고인 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날 재단 관계자들을 상대로 재단 공금 지출내역과 회계장부 등을 비교 검토하며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후원금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교육부 대학정책과, 사립대학제도과 등 담당 공무원들도 조만간 차례로 소환해 중앙대 '단일 교지' 승인 과정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한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수석 퇴임 직후 전통음악 및 창작 국악 보급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뭇소리재단의 운영비 등 수억원을 유용한 의혹, 뭇소리 재단의 중앙국악연수원 편법 소유 의혹과 관련해 뭇소리재단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박 전 수석 장녀(34)의 중앙대 예술대 조교수 특혜 채용 의혹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단서가 드러나는 대로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박 전 수석이 2000년대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의 이사장을 지내면서 국립학교로 전환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서울국악예술고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국립화됐다. 박 전 수석은 2007년 12월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취임준비위원장을 맡는 등 '실세'로 분류되면서 국립학교 전환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죄 혐의 단서가 확보돼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아직까지 국립전통예술고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관련자 조사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