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하루에만 서울 도심에서 멀쩡한 땅이 두 차례 꺼지는 등 지난해부터 꼬리를 잇는 도로침하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연이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람이 크게 다치는 불상사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 빈도가 늘어날수록 대형참사의 전조가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도로침하 문제는 단순하게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적 사고로만 간주되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속사정 때문이다.
서울시와 토목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도로침하 사고원인은 노후 하수관로다.
서울 시내에 깔린 하수관로는 2013년말 기준 1만392㎞에 달한다. 이중 50년이 넘은 노후 하수관로는 약 3000㎞.
만약 노후 하수관로에서 물이 새 흙이 함께 휩쓸려나가면 당연히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지탱하는 힘이 없으니 땅이 꺼지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8월 연이은 제2롯데월드 공사장 인근 도로침하 사고를 계기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도로함몰 사고 중 노후 하수관로 손상에 의한 사고는 85%였다. 나머지 15%는 부주의한 굴착 공사 등이 원인이었다.
29일 발생한 두 사고 중 강남 코엑스 사거리에서 발생한 도로침하 역시 노후 하수관로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정이 이렇지만 서울시는 선뜻 노후 하수관로 정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예산 탓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5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를 보수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1조원. 하지만 재난방지를 위한 서울시 가용예산 대부분은 2009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정부 방침에 따라 대부분 침수방지 사업에 묶여 있다. 도로침하에 쓸 여력이 적은 것이다.
서울시는 이에 노후 하수관로 보수를 위해 4년 동안 별도로 6000억원을 대고 정부가 이 기간 동안 매년 1000억원씩, 4000억원을 내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돈이 없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경우 정부가 노후 하수관로 보수를 위해 내준 돈은 불과 100억원. 시가 부탁한 금액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가용재원이 없다. 일반회계는 물론 특별회계도 재원이 달린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절박한 상황이다. 오늘 오전에 오토바이가 빠졌는데 다행히 사람이 안 다쳤다. 만약 사람이 가득찬 버스라도 빠지면 어찌하느냐"며 "우리 시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중앙정부에서도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9일 오후 발생한 서대문구 창천동 현대백화점 앞 도로침하는 하수도 공사 중 일어난 사고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어 향후 15일간 서울시내 전체 굴착공사장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키로했다.
이미 재앙의 전조는 울리고 있다. 하지만 불길한 전조에도 불구하고 꺼져가는 땅 밑을 메울 움직임은 좀처럼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지만 역시 또 돈 때문이다.
#도로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