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다문화 시대를 맞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과 가족들을 위한 의료, 교육, 법률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자국으로 돌아가 지도자가 될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와 국제사회에서 지한파, 친한파가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해마다 증가하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정책은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정책은 부족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3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장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탈북민 포함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유학생 지원 단체 대표, 실무자, 대학 관계자, 각계 인사 등 10여 명은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들을 도우면서 정책이 사후 대책에 머무르거나 형식적인 면에서 접근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국제 공동체로서 미래 글로벌 인재를 기르는 이 일을 위해 현장을 최대한 반영한 정책과 현실적인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고급인력 유치 노력, 진학과 취업 지원, 졸업·귀국 후 지속적인 관리, 유학생 가족을 위한 비자, 의료 혜택 제공, 민관 공동투자의 유학생 숙소 건립 등을 제안했다.
새누리당 중앙위 외교통상위원회가 주최, 새누리당 중앙위 외교통상위원회, 글로벌비전공동체(GVC)가 주관하고 컴투게더가 후원한 이 날 행사에는 박상웅 새누리당 중앙위 외교통상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등 10여 명과 일본, 중국,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외국인 유학생 3명까지 총 30여 명이 참여했다.
박상웅 위원장은 개회사 및 인사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정신, 교육, 환경, 법률 등 모든 환경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사회 각 분야가 돌본다면, 이들도 제2의 조국과 다름없는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애정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다. 그는 이어 "그동안 정부가 충분한 관심을 갖지 못한 외국인 유학생 지원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해 반드시 정책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정상 참석하지 못한 심윤조 새누리당 외교통상위원회 간사는 박상웅 위원장이 대독한 인사에서 "교육부가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유학 이후 한국 정착과 취업 프로그램이 부족해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앞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국가 이미지 제고와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공공외교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마련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 지원 실태와 제언
장영백 전국기독교수연합 공동회장(건국대 교수)은 이날 "외국인 유학생 게임 중독 문제 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과도한 경쟁, 낮은 도덕 수준으로 행복지수가 낮기 때문"이라며 "우리와 우리나라 젊은이가 먼저 행복해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외국인 유학생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각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상호학점인정 등 한국학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대학교육의 질을 반드시 제고해야 한다"고 말하고 "연세대의 외국인 유학생 전담교수제도, 한동대의 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 간 매칭시스템 등 효과적으로 지원 사례와 제도도 발굴, 확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학위과정을 마친 유학생을 위한 사후관리(AS) 중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한국유학생네트워크를 조직,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코리아 아너스 소사이어티'(Korea Honor's Society) 등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코리아 아너스 소사이어티는 한국어 능력, 한국사 지식, 한국문화의 이해와 감상수준,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한 사람이 일정 점수를 얻으면 한국 정부가 관리하고 보장하는 회원으로 입회시켜 진학, 취업에 우대혜택을 주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라 불릴 정도로 어려운 시대에 외국인 유학생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며 "하지만 경제가 어렵더라도 통일을 대비하는 노력이 당연한 것처럼, 다문화 시대에 '외국인 유학생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좋은 유학생 지원 제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만들고, 반대로 외국인 유학생 장학금 등의 지원으로 내국인 학생을 역차별해도 안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돕는 단체, 기관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문성주 한국세계유학생선교협의회(KOWSMA) 회장(글로벌비전공동체 대표)은 국내 체류하는 8만 9천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 지원을 위한 건의 사항으로 ▲한국어와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프로그램 ▲각국 음식 메뉴 개발 및 기숙사 취사시설 ▲의료보험 가입 의무화, 인류애 차원의 의료서비스 지원 ▲유학생 관련 법안 검토 ▲한국전통문화 습득으로 중독문제 해결 ▲진학과 취업 지원(대학교육 및 진로지원 활동 강화, 전담 행정 인력 확보) ▲멘토링 지원 ▲한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 ▲홈스테이 활성화 등을 언급했다. 그는 특히 "현재 약 69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있는 미국의 경우 우수한 고급인력이 유학생으로 많이 몰려오고, 학위과정 이수 후에도 지속적으로 체류하는 비율이 높다"며 "고급인력 확보가 국가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유학생을 위한 대학교육의 질과 한국대학 학위의 가치를 높이며, 취업 지원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유학생을 위한 글로벌 숙소 건립, 문제 해결 및 소통의 창구가 되는 타문화권 전문상담사 배치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도 제안했다. 문 회장은 마지막으로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데 국내 외국인 유학생 중 그들의 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움직일 인재가 나오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화자 글로벌비전공동체(GVC) 간사는 "제3세계에서 온 유학생은 선진국에서 온 유학생들과는 유학 목적이 좀 다른 점도 이해해야 한다"며 "대게 미국, 일본으로 가려다 차선국인 한국에 오면서 미리 언어를 준비하지 못하고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용 연세대학교 담당목사는 "국가 정책, 학교 정책이 사후 대책으로 접근되고 방어적, 제도적 성격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 기업, 단체, 개인이 정책적 차원에서 외국인 인재를 적극적으로 기르고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앞장서야 하며, 이를 위해 학교 현장의 전문가를 발굴해 함께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국인 유학생 유치, 관리도 한국의 이익만을 위해 끌어당길 때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시대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신적, 도덕적 가치, 역사의식 등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거꾸로 해외로 나가는 우리나라 유학생 인재 관리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명호 GMS(총회세계선교회) 국내외국인지부장은 "앞으로 중동 국가 유학생들이 더 많아질 텐데 다른 나라에서 신분세탁 등을 통해 유학생으로 들어오는 일부 이슬람 테러 조직 등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국가와 사회가 불상사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의료, 법률 등 분야에서 돕고 있는 구드보라 일본유학생선교회(JASTA) 대표는 "외국인 유학생은 다문화 가정도 외국인 근로자도 아니기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해 왔다"며 "자기 나라에 돌아가 지도자가 될 외국인 유학생과 그들의 자녀들까지 생활 전반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