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슬람국가(IS)에 인질로 붙잡혀 있다 석방된 프랑스인 기자 니꼴라 에넹(Nicholas Henin)이 IS가 서구 문화 타도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서구 문화의 영향에 노출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에넹은 앞서 참수당한 두 명의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틀로프와 함께 인질로 잡혀 있었다. 그는 풀려난 뒤 처음으로 가진 인터뷰인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질로 생활했을 당시 본 것들에 대해 증언을 전했다.
그는 IS 대원들이 폭력 행위나 전투에 가담하지 않을 때에는 주로 여가 시간을 BBC의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텔레토비'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을 시청하는 데 보내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비록 IS 지도자들이 미국과 서구의 사상을 증오한다고 밝히지만 그 전사들은 서구 문화에 깊이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전사들 역시 우리 사회의 자녀들에 가깝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그들은 우리와 같은 문화적 배경을 갖고 대화했으며 우리와 같은 영화를 보고 우리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비디오 게임을 하며 놀았다. 그들 역시 우리 문화와 우리 세계에 속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에넹은 IS 지도자들이 자신들이 저지르는 비인도적인 악행들을 이슬람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있지만, "전사들이 자신들의 끔찍한 행위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힘들어 하고 어떤 경우에는 후회하는 것 같이 보였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그들의 마음 속에 의혹이라는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우리는 그들 중 몇 명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이들은 확신에 차 있지 못했으며 후회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에넹은 IS가 시리아 지역 민간인들을 돕는는 명목으로 청년들을 모으고 있으며, 젊은 전사들 대부분이 이러한 목적에서 IS에 가담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단체의 잔인무도함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전사들이 정말로 시리아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믿고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도착함과 동시에 범죄자가 된다"고 말했다.
에넹은 IS 지도자들이 새로 합류한 대원들에게 잔인한 행위를 저지르도록 강요하는 방식으로 청년들을 폭력 행위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IS에 가담하러 온 청년들 대부분은 심리적으로 연약한 자들이다. 지도자들은 이들이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도록 범죄를 저지르도록 부추기고 강요한다"고 그는 밝혔다.
에넹은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틀로프가 참수되기 전에 석방됐다. 그는 두 기자의 사망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으며 자신과 함께 인질 생활을 한 영국인 동료인 존 캔틸이 아직도 생존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