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는 초동교회(담임 손성호 목사)가 이를 기념하여 다양한 행사와 축제들을 기획하고 진행 중인 가운데, 'T. S. 엘리엇의 대작 – 대성당의 살인(1935년 작)'을 초연한다. 오는 3월 22일(주일) 6시, 23일(월) 오후 7시 양일간 종로3가 초동교회 본당에서 진행될 이번 공연은 초동 교우들을 중심으로 전문 연기자를 초빙‧준비해 의미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더욱 뜻 깊은 것은, 1977년 연극배우 이호재, 김갑수 씨 등이 주도한 극단 '현대'가 이 작품을 '초동교회'(당시 조향록 목사 시무)에서 공연할 계획이었으나, 정부당국(공연윤리위원회)의 불허로 좌절된 공연을 30여년 만에 공연한다는 것이다.

당시 제작진은 대리석 제단으로부터 천정까지 12미터에 이르며, 천정을 이루는 빼어난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이 작품의 배경으로 더없이 좋다는 판단으로 교회에 장소사용을 요청했다. 당시 담임목회자였던 조향록 목사와 성도들 또한 흔쾌히 수락, 공연을 위한 모든 준비는 마쳤다. 하지만 정부당국(공연윤리위원회)의 "본 작품은 국민의 여론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므로 공연허가를 금함"이라는 한 마디 통보로 모든 공연준비는 중단되고 말았다.

초동교회는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한 성극 '대성당의 살인'은 다만 신자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한 교회의 '무대'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본 공연은 이 시대와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낸 무대이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역사와 현실이 보이지 않는 배경이 되고 있다"면서 "아픔과 혼돈은 현재 진행형이며, 그 속에서 새어나오는 고통의 신음소리들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는 "엔도슈사쿠가 쓴 '침묵'에서의 '후미에'(예수의 초상을 밟고 지나감으로 배교를 선언케 한 박해)는 벗어났는지 몰라도, 여전히 '사회적 순교', '역사적 순교', 그리고 '신념의 순교'들을 목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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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교회 #대성당의살인